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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파머 Apr 27. 2018

함께 농사 짓는다는 것

젊은협업농장 정영환 씨

충남 홍성은 귀농과 귀촌의 핫플레이스다. 그 중에서도 젊은협업농장은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공간이다.
그 명성을 입증하듯이 올해에만 농장에 4천여명의 사람이 찾았다. 
만약 당신이 농사짓고 농촌에서 사는 삶을 원한다면 다섯번째, 젊은협업농장 정영환씨의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 젊은협업농장’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른쪽에서 첫번째가 정영환씨다. 지리산 이음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6년째 젊은협업농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정영환입니다. 
처음 농장 일을 시작했을 때 멘토가 강하게 트레이닝을 했어요. 절대 못 쉬게 했죠. 
정말 힘들었는데 3년 정도 지나니 왜 그런 이야기를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농장 규모는 시설하우스 1600평, 논 3000평, 텃밭 2000평 정도예요. 
이정도 규모에 최소 스태프 4명이 붙어야해요. 
근데 시골 어르신들은 하우스 1000평, 논 2000평, 텃밭 3000평 정도를 두분이서 해요. 
처음 시작할 때 하우스 1동을 3명이서 했는데도 15시간씩 붙잡고 일했어요. 
그러고 수중에 남은 게 30%밖에 안됐어요. 3명이 농사를 못 짓거나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었죠. 
저희랑 어르신들이랑은 비교도 안돼요.
 
주력작물은 상추예요.
귀농·귀촌인이 제일 농사짓기 싫어하는 게 상추에요. 매일매일 일을 해야하니까. 

근데 저희는 멋모르고 쉽게 달려들었죠. 협업농장인 저희 입장에서는 일일 작물이 필요했어요. 
매일 얼굴보고 같이 일해야 만날 수 있으니까.

 
동계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일하고, 하계에는 오전 4시 30분에 나와서 일해요. 
파종부터 하우스에 비닐 씌우고, 하우스 관리까지 직접 해요. 
상추를 키울 때 아무래도 일일작물이라 한 쪽에서는 파종하고, 한 쪽에서는 수확하고 이런 과정이 연결돼야 해요.

농장 체제 상 그게 어려워요. 스태프로 들어온 청년들이 농사를 배워서 다시 나가고 독립하는 게 저희 목표이다보니까. 지역에 있는 영농조합에서는 저희 상추보고 6년째 농사짓는데 품질이 왜 이러냐고 그러시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요(웃음).
 



 
자금이 없어서 비닐하우스에 비닐 씌우는 인건비가 감당이 안돼요. 
직접 씌우는데, 전문성이 떨어지죠. 비닐하우스는 지하수로 보온을 해요. 
근데 비닐하우스에 얼음이 고이면서 하우스가 무너진 적도 있어요. 10일짜리 대공사를 했죠. 

유기농으로 농사 짓다보니 벌레나 달팽이가 상추를 파먹는 건 일상이에요. 
올해 새로운 걸 시작하자고 4월쯤 콜라비를 심었어요. 근데 4월 20일에 눈이 온거에요. 다 죽었죠. 
친환경으로 농사 짓다보니까 잠깐만 관심을 안주면 금방 농사를 망쳐요.
 

부추 농사도 지었어요. 부추는 양분을 많이 필요로 해요. 수확하려고 잘라내기 시작하면 끝이 노래져요. 
소비자들은 파릇파릇한 것만 원하잖아요. 잘 팔릴려면 하나하나 뜯어줘야 돼요. 
마을 회관에 모여서 부추 뜯고 있으면 자괴감이 들죠. 언제는 100kg이 주문이 들어온 적이 있어요. 
새벽까지 작업을 이어간터라 야식을 시켜먹었더니 12만원이 나왔어요. 근데 부추 팔고 얼마 받았는지 아세요?
11만원이요. 지금은 부추 안 키워요. 감당이 안돼서.
 
2012년 겨울에 처음 농장을 시작했어요, 농장에 찾아오는 분들도 많죠. 
시기마다 농장에 찾아오는 이유가 달라요. 

협동조합 공부하러 왔다가, 다음해에는 학교 선생님들이 교육과 농사를 접목 시키보려고 오고. 
요즘은 관공서에서 청년 일자리 만드는데 참고하려고 와요. 
‘우리 농장에 왜 사람이 많이 찾아올까?’ 생각해봤어요.
저희가 형체는 있는데 두루뭉술하다보니까 써먹기가 좋아서이지 않을까.





젊은협업농장 매니저 영환 씨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나요?
헬로파머 홈페이지에서 전문으로 만나보세요(링크).



ⓒ 헬로파머
김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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