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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파머 Aug 03. 2018

농사에 대해 주인의식이 낮은 나,
괜찮을까요?

[가족농특집] 가족끼리 왜이래?!

© 게티이미지뱅크
농사에 대해 주인의식이 낮은 나, 괜찮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리산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나 농사짓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30대 남성입니다.
저는 작년 8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과수농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 다녀오면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고 강제로 농사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부모님 때문에 농사에 대한 반발심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군대를 다녀와서였습니다.
우연히 농민단체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저는 농민단체에서 5년 가까이 상근활동가로 일하며 우리나라 농업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거든요.
부모님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농민들이 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적자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더군요.
‘왜 그럴까?’라는 고민때문에 농민단체 실무자로 일했고, 큰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지만 저는 다시 고향의 농사 현장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이 고향으로 내려올 때, 부모님들에게 “망해서 내려왔다”, “일 못한다”, “게으르다” 이런 타박을 듣는 것이 일쑤입니다.
하지만 저는 부모님이 저에게 그런 타박을 하시는 것을 한번도 들어본 적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잘 지내냐고요? 그건 또 다른 문제 같습니다.
오히려 저는 부모님의 농사를 보며 ‘다 하지도 못할 일을 왜 이렇게 많이 벌일까?’,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기존의 방식을 고집할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다고 부모님께 그런 제안을 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제 고민은 이런 지점입니다.
크게 갈등상황이 있지는 않지만 한 집에서 같이 농사짓고, 농사는 부모님의 소유이다 보니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주인의식이 낮다고 느껴진다는 점 말이죠.
저는 주체적으로 농사를 짓기보다는 당장 닥치는 일만 처리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큰 결정에 있어서 의사표현은 할 수 있지만, 결정은 부모님의 일이죠.
가장 답답한 건 농약을 줄이고 싶은데 그런 부분에서 전혀 조율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내 농사를 짓는 것이 독립일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땅이라든지 판로개척이나 쌓인 농업 기술이 없어 스스로 독립을 할 준비가 안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또 ‘이렇게 살다보면 자연스레 농촌에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무엇을 빨리 해야한다는 것이 조급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제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는 자책을 하게 되는데요.
 
저는 또래들과 함께 농사도 지어보고 싶고, 우리 지역으로 또래들이 귀농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시설이 아닌 땅에서 농사짓고 싶다는 꿈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 당장 주체적인 농사를 짓지 못하는 제가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을까요?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요청에 따라 지역 및 농사 분야는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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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로파머
이아롬 기자 arom@hellofarm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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