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농특집] 가족끼리 왜이래?
아버지와의 갈등에 농사를 그만두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양양에서 부모님과 함께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20대 남성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어깨 너머 농기계를 배우며 농사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부모님께서 농사일을 도울 것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사의 장점을 더 많이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자란 저는 농사에 혹해서 농고와 농대를 선택했고,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농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학 때까지 농사에 대한 매력만 느끼며 살고 있었는데, 막상 집으로 돌아오니 농사의 즐거움을 가르쳐 주시던 아버지는, 무조건 ‘자신의 농사가 더 낫다’고 강요하는 분으로 변해 있더라고요.
사례로 이야기하자면, 한번은 “새로 나온 예초기가 한 대 더 있으면 좋겠어요”라 말씀 드린 적 있어요.
그런데 조금의 고민도 없이 “우리 집에는 그런 거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이셔서 제가 다른 집 예초기를 빌려 온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다같이 그 기계를 써보고 효율이 더 좋다는 걸 확인한 뒤에 그 기계를 산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감정적으로 못 마땅하다는 반응이셨죠.
이렇게 제가 무언가를 제안할 때마다 아버지는 제 의견에 조금의 고민도 없이 무조건 반대를 하십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저의 의견보다는 ‘다른 어르신의 의견이었다’ 설명을 하는 편이 더 낫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해놓은 농사일에 “이건 왜 이렇게 해놨냐”며 칭찬 한 번 안 하시고 나무라기만 하는 것도 솔직히 너무 지칩니다.
저희 아버지에 대해 말씀드리자면요. 이 업계에서는 정말 유명하신 분이에요.
이런 저런 표창도 많이 받으셨고, 강연도 자주 나가시는 이른바 업계 멘토나 다름 없죠.
사람들은 이런 아버지를 둔 제게 늘 “너는 아버지를 넘어서려면 열심히 해야한다” 이야기 해요.
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집에서는 바깥일만 하곤 집안 일, 그러니까 우리 집안의 농사에는 전혀 참여를 안 하시는 분이에요.
그러면서 가족이 해놓은 농사일이 마음에 안 찬다는 말씀만 하시죠.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늘 책임감을 갖고 일하며 맡은 농사일 외에 수확철마다 고용한 분들의 출퇴근도 맡아서 하고, 뒷정리도 잘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저를 늘 못마땅해 하시니 아버지에게 서운한 감정일 뿐입니다.
또 아버지는 늘 “이건 이렇게 해봐라” 라는 노하우를 전수해 주시긴 하지만, 제가 생각한 방식이 더 나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때마다 제 이야기를 하면, 늘 아버지와 싸우는 상황이 벌어져요. 그래서 저는 이제 농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다 듭니다.
아버지와의 갈등도 너무 지치고, 또 농산물 가격도 많이 떨어졌거든요.
제가 농대를 다닐 때만해도 농사지어서 그럭저럭 먹고 살 만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농산물 가격이 자꾸 하락하고 있어 사실 제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대로 독립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됩니다.
아직 농사를 그만 두지는 않았지만 곧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지, 괴로운 마음 뿐입니다.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요청에 따라 지역 및 농사 분야는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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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롬 기자 arom@hellofar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