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샤프란과 나팔꽃이 이슬을 머금는 방식을 살피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나도샤프란은 폭식하는 어떤 갈증의 느낌으로, 나팔꽃은 넘쳐흐르는 폭죽의 느낌으로 이슬을 맞는다.
나도샤프란은 수선화과 특유의 알뿌리로 번식하며, 나팔꽃은 이웃한 식물의 줄기를 감아 타고 오르며 번식한다.
매화가 꽃을 맺는 방식이나 장미가 꽃을 맺는 방식이 다르듯, 사람도 그렇다.
나는 어떤 꽃인가, 참회하는 새벽에 마침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삶의 즐거움은 쾌락 한 스푼, 고통과 부끄러움을 포용하는 강물 한 줄기에 있지 않을까? 고통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때 쓰러져 누운 방구석, 여치 한 마리가 더듬이를 세우고 있었다. 자연이 내 참회의 아픔을 보듬어주려고 말을 걸어오는 방식을 느낄 때, 작은 여치의 더듬이로도 장엄함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 잘난 사람들이, 잘나려고 바둥대는 사람들이 넘쳐나서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작은 풀 한 포기는 내게 위안을 준다. 콘크리트의 작은 틈새에도 살고 싶어 하는 누군가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