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멘트] 유인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분량이 많고 적음보다는 강하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신이 좋다.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인나'의 대사와 표정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짧은 장면이라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 연기를 보이고 싶다.
(배우 유인나, 2010년 1월 인터뷰中)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마주치기 싫은 상대를 꼽자면, '무턱대고' 자신의 욕심만 앞세우는 사람이다. 욕심 그 자체를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아랑곳 않고 그저 막무가내식으로 눈 앞에 보이는 욕심부터 손을 뻗어 취하려는 행태. 곁에서 그런 짓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할 생각은 없이 그저 "더, 더, 더!"를 목청껏 외치며 욕심을 부리다가, 어찌어찌하다 결국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정작 소화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조직에서 업무의 배분이라는 것은 각자가 적합한 롤을 부여받고 그것을 통해 서로가 맞물려 전체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그런 원칙을 무시한 채 자신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모양새다.
자신의 그릇으로는 감당할 일도 아닌데, 그것을 전혀 셈하지 못하고 그냥 조금이라도 더 '있어'보이는 것을 해보고 싶어 하는 지극히 유아적인 발상. 이런 인간은 선배든 후배든 동료든, 일단 파악되는 순간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업무적으로 최대한 얽히지 않는 게 낫다.
기자 생활 도중에도 이런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결국 그 욕심이 무색하리만치 몇 년이 지나도록 일이 제대로 안 풀려 제자리만 쭉 맴돌고 있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결국 모두 본인이 자초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니 반대로, 일단 자신의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함께 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인간은 서로의 합에 의하여 완성이 되는 존재다. 서로가 정한 룰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라면, 기획과 계획만 잘 이뤄진다면 예측한 방향을 크게 어긋나지 않고 앞으로 함께 나아가는 게 가능하니 말이다.
유인나 배우를 처음 인터뷰했던 것은 2009~2010년, MBC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시절이다. 그녀는 분량 그 자체나 주연 캐릭터에 대한 욕심보다, 자신에게 할당된 짧은 그 시간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역할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유인나 배우는 결과적으로 어엿하게 한 작품을 이끄는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모두의 호감을 자아내고 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모든 배우를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는 것을 보면, 당시의 그녀가 내뱉었던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되새겨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