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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Feb 21. 2022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기

[씨-멘트] 이준호의 성장

언젠가 한계를 인정하고 나니, 그게 더 이상 한계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이게 문제였지' 하면서 다시 부딪쳐보는 느낌이랄까. 스스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편이다. (가수 겸 배우 이준호, 2018년 9월 인터뷰에서)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다 풀리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웬만해선 없다. 누구나 어려운 시기가 있고, 고비가 있다. 다들 앞으로 나아가는 데 혼자서만 왠지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지척으로 덮쳐온다.


증험하며 알게 됐지만, 그런 순간은 생각보다 더 자주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당시에는 세상이 끝난 기분이 들거나, 패배자의 감정에 휩싸여 모든 의욕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런 순간에서 가장 위험한 행위는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지금의 상황이 자신의 부족함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 낸 안타까운 비극으로 인식하는 것 말이다. 실패의 이유를 타인에게 돌리거나, 또 다른 핑계를 만들어 내서 근본적인 원인에서 일단 멀리 도망치고 본다. 간솔한 인간의 보호 본능 같은 거다.


어쩌면 당장은 유용할지 모른다. 능력 부족이 아닌, 책임을 회피할 수단을 마련했으니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이러한 일은 스스로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이러한 이들은, 일을 하면서 마주치기 꺼려지는 유형이기도 하다. 의외로 이런 인간꽤 많은데,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줄줄 입에서 핑계부터 나오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이런 캐릭터들은 업무적 관계를 오래 이어나가는 것도 녹록지 않다. 그래서 회사를 자주 옮기거나, 아니면 그 사람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퇴사하거나 이직한다. 그리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꺼내놓는다. 요약하면 문제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지 않고, 그저 하필 나쁜 사람을, 나쁜 상황을 만났고, 이번에는 운이 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민폐 캐릭터로 오래 연명한다.


그들이 부족한 것은 '객관화'다. 자기에게 관대한 것은 좋으나, 그러한 연유로 결국 본인의 성장을 스스로 막아선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세상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풀리는 경우보다 많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그게 이번 생의 '엔딩'은 아니다. 그저 아직 남아있는 생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소소한 '과정'의 일부다. 그러니깐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성장의 동력이 되는 셈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타인 경우도 있겠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인터뷰이는, 앞서 자기가 경험했던 가장 힘든 일들이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고 되뇌곤 했다. 아이돌 2PM 멤버 이준호 역시 그중 하나로 기억한다.



그룹 2PM으로 데뷔 때부터 지켜봤지만, 준호는 그룹 내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시기가 생각보다 꽤 길었다. 멤버 한 명 한 명이 더 앞서 나가고 인기를 얻었을 때도, 묵묵하게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배우로서 영역을 확장한 후, 참으로 꾸준하고 진득하게 성장해갔다. 그 성장의 원동력은 아마도 '한계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됐던 것 같다. 한계라는 것이 어떤 난관이긴 하지만, 나아가는 것을 완전하게 가로막는 벽은 아니다. 보완할 수 있다면 보완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어떠한 방책을 마련하면 된다. 성장에 필요한 미션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좋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자신의 한계를 체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폭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득하게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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