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관계는 무한할 거라 착각하는 이들에게
상암에 갔다. 현역 기자로서 일할 때는 자주 다닌 곳인데, 프리랜스가 된 이후 예전에 비해서 방문하는 일이 부쩍 줄어들어 오랜만인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낯설기도 했다.
"결혼 생활은 어떠세요?"
친분이 있는 J방송국 관계자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으레 결혼 생활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결혼 초반엔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질문이 사실 별다른 의도가 없는 그저 형식적 안부 인사라는 걸 깨닫게 된 이후 보통 기계적으로 답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날은 질문자가 진심으로 '결혼'에 대해 고민을 하는 듯 현실적 답변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조금 더 진지하게 답하기로 마음먹었다.
"결혼은 일종의 계약이죠."
"네? 무슨, 농담을...! 하하. 계약이라뇨."
"누군가 잘못하면 파기도 가능하니 일종의 계약이라고 봐야죠. 그럴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그렇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요."
답변을 받아 든 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공감을 표했다. 듣고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거 같다고 했다. 사실 이건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종종 해왔던 생각이다.
스스로 늦은 결혼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으나, 주변 또래에 비해 결혼이 늦었다. 그렇다 보니 주변에 기혼자 외에도 돌아온 싱글의 수도 상당하다. 통계적으로도 그렇다. 대한민국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 2019년 혼인건수는 23만 9천2백 건, 이혼건수는 11만 8백 건이다. 결혼식은 청첩장을 돌려서 쉽게 인지할 뿐이지, 이혼 진행 수치 역시 그 결혼 수치의 절반에 이르는 게 현실이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반복적인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쉽게 결혼을 결정하지 못하는 장년·노년의 부부가 등장한다. 그 시절은 이혼을 큰 '흠'이라 여겼기에, 결혼이라는 계약을 끝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그런 사회적 인식이 존재하지만, 세대가 내려갈수록 이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 역시 팽배해졌다.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 계약은 누군가의 결심으로, 언제든 끝낼 수 있다.
결혼은 계약이다. 그러니 그 계약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피계약자 간 가능한 '공'(노력)을 들여야만 한다. 이 계약이 누군가의 잘못으로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자칫 상식을 벗어난 일들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마주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배우자는 '잡은 물고기'가 아니라, '잡혀준 물고기'다.
자의로 언제든 헤엄쳐 당신 곁을 떠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곳을 향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