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민 Nov 01. 2020

니돈 내돈 우리돈

따로 또 같이

결혼은 (지독히도) 현실이다. 특히 돈 문제에 있어서 더더욱!


당장 두 사람이 경제적으로 함께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 결혼을 하면 각자의 통장이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교집합이 필요하게 된다. 아파트 관리비, 생활비, 집안의 물품 구매 및 수리비 등. 이러한 과정은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되도록 정확하게 셈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는 같은 시기 같은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동기이기도 했고, 그 사이에 벌이가 서로 크게 벌어지지 않아서 생각보다 간단명료했다. 1) 공동의 목표, 예컨대 대출을 갚는 비용이나 관리비를 비롯한 생활비 등 일정 금액을 각출해 소화한다. 2) 해당 각출 비용 외 과외 수입이 생기면 각자가 원하는 곳에 사용한다.


다소 야박해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해두니 마음이 편했다. 괜히 두루뭉술하게 했다가 나중에 돈 문제로 서로 서운할 일이 생기지 않아서 좋았다. 가끔 예정에 없던 돈이 들어와 근사한 저녁을 쏘게 되면, 쏘는 사람도 쏘임을 당하는(!) 사람도 왠지 더 기분이 좋았다. 니돈도 내돈도, 그냥 다 우리돈-으로 분류하면 결코 누리지 못할 순간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게 될 때면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평소 서로 사이가 좋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결혼을 하고 어쩌다 퇴사를 2번이나 하게 됐는데, 퇴사를 앞두고 고민할 때마다 흔쾌히 "그렇게 해요"라고 해준 아내가 고마웠다.


돈은 (어떤 의미에서) 솔직하다. 돈의 흐름에는 '그냥'이란 없다. 일을 해서 버는 돈은, 그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그것을 버텨내 얻어낸 결과물이다. 돈을 그냥 주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남의 돈을 받는 일이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네 돈이든 내 돈이든 우리 돈이든, 모두 허투루 쓰지 말자. '돈=행복'은 아니지만, 돈이 행복으로 가는 유용한 디딤돌은 맞다.


덧) 그래서, 나와 아내는 오늘도 각자 몰래 산 로또를 긁는다.

그리고 언젠가 당첨이 되더라도, 서로에게 숨기기로 했다.

언젠가 근사한 여행을 쏘고, 통 큰 선물들을 하면, '너 혹시?' 하는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오늘은 아내가 삼겹살을 쐈으면 좋겠다. ⓒ박현민


이전 05화 시월드는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