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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프롤로그]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결론

by 박현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햇수로 5년째 이어오고 있다. 격주간으로 잡지를 발행하던 편집장 시절에는 매호마다 어떻게든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애쓰기도 했다. 당시 그린피스, WWF, 녹색연합 등 여러 환경단체가 도움을 준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문제는 난 그저 한낱 마감 노동자였을 뿐, 열혈적인 환경 운동가는 아니란 사실이다. 환경 운동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나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임을 실감하고 수시로 밀려오는 죄책감을 감당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딱 거기까지였다. 결국 팍팍한 현실에 떠밀려와 먹고살기 위해 일을 의무적으로 하는 삶으로 회귀해야 했으니깐.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동물의 죽음까지 안타까워할 심적 여유가 모자랐다. 아니, 모자랐다고 말하고 싶다. 어쩔 수 없다고 자위했고, 또 그러면서 부채감은 연신 쌓여만 갔다.


분리 수거장에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들 ⓒ박현민


고민 끝에 내놓은 결론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였다.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 말고, 지금 당장의 삶을 가로막을 정도의 부담스러운 게 아닌, 그러한 범주 내에서 어쨌든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위험을 알리기 위해 과학적 근거와 산술을 나열하는 게 아닌, 누구나 공감하고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주변인과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했다.


각각 다른 일에 종사하고 있는 9명이 각각 9일 동안 기록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공유하고, 이후 인터뷰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 9 PEOPLE, 9 DAYS! '9 X 9'라는 꽉 찬 숫자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그저 플라스틱 쓰레기를 기록했을 뿐인데>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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