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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Ssong Jul 31. 2023

무식하면 용감하다.

전 직장에선 3년이라는 짧은 근무 기간에 비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의 입사로 인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다 생각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선임 a 씨.

첫 출근 날부터 날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고자 내 선임의 단점을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던 

나의 선임과 트러블이 심한 현장 직원 2명 b들.

난 가운데에 끼어 눈치를 보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어느 회사에서도 일 못 한다는 소리 한번 들어 본 적 없고

오히려 일을 빨리 습득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며 선임들한테 이쁨을 받던 나인데

그런 내가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으며 자괴감에 빠져 나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입사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어느 날은 나의 선임 a 씨가 현장 직원 b들에게 나의 험담을 했다며

b들로부터 그 험담 내용을 전해 들었다.


내 팔을 자기 주먹으로 툭 치고 심지어 내 의자를 발로 찼던 그날


b들에게 "병신 같이 말도 못 알아들어. 저런 머리로 무슨 회사를 다녀?"

라는 말 등. 화장실 다녀오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험담을 했다고 한다.

저 말들 말고도 들은 내용은 많았으나 들었던 내용 중 제일 충격적이라 저 말들만 기억에 남았다.

a 씨는 회사 다니며 업무 관련 지적재산은 개인 소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a 씨는 컴퓨터도 잘 못 다루던 사람이었는데

거짓 경력으로 입사해 죽기 살기로 업무를 배워 그만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힘들게 일을 배웠고 개인 소유라 생각하는 사람이 업무를 제대로 설명할 리 만무했다.

참고로 a 씨와 근무하기 너무 힘들어 퇴사한 사람들이 11명이고 12번째 입사자가 바로 나다.


날 좋게 생각하지도 않는 a 씨의 단점을 b들로부터 듣고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게 된 나의 시선은

시간이 흐를수록 삐딱하게 바라보게 되어 나와 a 씨는 평행선을 달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게 가스라이팅이지 싶을 정도다.)


어느 토요일은 특근을 마치고 잠깐 대화를 하자며 연락한 선임과 

동네 커피숍에서 결론도 나지 않는 대화를 4시간이 넘도록 했던 적도 있다.

내 입에서 "네 선배님 라인에 줄 설게요. 잘 부탁드려요."

이 대답을 원했지만 나와는 생각 자체가 다른 사람과 한길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난 이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난 결국 입사 3개월 차에 퇴사를 결정을 하고 이사님과 면담을 했으나 나의 퇴사는 무효가 됐다.

반면 a 씨는 회사의 징계를 받고 무급휴가 후 퇴사를 했다.

(회사에서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을 믿고 맡길 만큼 업무를 배운 사람도 없었고

1개월을 버틴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근무하는 내내 별일들이 많았다. 어느 곳이든 힘든 일이 있기 마련이지만

내가 예민해서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고 별난 사람들과 일하며 힘든 점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별난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난 아침마다 출근하며 내 옷이 아닌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강하게.



추석이 코앞이라 친정집 산소 벌초를 다녀오던 날.

로또 복권 1등 당첨 가게를 지나다 작은 오빠가 구매도 했고 내게 선물도 해줬다.

어느 집이나 흔한 대화처럼

"오빠가 로또 1등 되면 편의점 차려 줄게."

"편의점 하려면 얼마 드는데?"

"한 3억 드나?"

그런 흔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뒤 새벽잠이 깨 쉽게 다시 잠들지 못해 웹서핑 중  동네 맘카페에 

"편의점 점주님 모십니다" 글을 보게 되어 채팅으로 비용을 문의했고

우리가 생각했던 3억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라 대화 내용을 캡처해서 

친정 단톡방에 올렸다. 자세히 알아보라고 하는 친정 식구들말에 

편의점에 들러 매출과 수익 등을 알아봤으나 여건 상 맘을 접었다.


그리고 이주 뒤쯤. 우리 집 둘째가 작은 사고를 쳤다.

이웃 아파트에 놀러 갔다가 아파트 주출입구에 있는 안전바를 몸으로 살짝 쳤는데

휘어져 돈을 물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은언니와 통화하며 사건을 말하다 속상 해 울먹이는 내 목소리를 듣는 언니가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하며 전화를 끊었다.

같은 날 오후, 언니가 카톡을 보냈다.

" 지난번 알아봤던 편의점 다시 알아봐. 언니가 돈 보태줄게."

차 안에서 장난처럼 주고받던 대화가 둘째의 사고와 언니의 도움으로 그렇게 실현됐다.


난 입사 3년 차에 누구에게나 온다던 직태기를 겪고 있던 차였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둘 생각에 신나 편의점을 계약을 했다.

그땐 퇴사한다는 생각에 비좁은 틈에 끼어드는 운전자에게도

실수하는 직원에게도 한없이 너그러웠다.


한 두 블록 건너에 한 개씩 있는 편의점.  내가 사는 아파트 상가에도 편의점이 있다. 

내가 그곳에 방문할 땐 쓰레기봉투 구입 할 때 빼고는 없다.

2022년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해방일지' 속 남자 배우의 직업은 편의점 매장 관리자였다.

드라마를 보며 '매장 관리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구나. 점주들 하소연도 들어줘야 하고.'생각을 했었다.

지금 내가 그 짓을 우리 담당에게 하고 있다.

그렇다. 내가 생각한 편의점주들의 생활은 드라마 속에서 봤던 게 전부였다.

지금 생각하면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한마디로 무식해서 용감하게 계약했던 듯하다.

그렇다. 난 그렇게 안녕! 편의점 경영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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