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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Ssong Aug 03. 2023

고객님, 라이터는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편의점을 개점하고 제일 힘든 일이 담배 이름 외우는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담배 위치 찾는 일.

고객님들도 같은 담배 이름을 각자의 개성에 맞게 부른다. 

줄임말로 부른다거나 브랜드는 빼고 담배 종만 말하는 등 고객님들 마다 특색이 있다.

그러니 담배 진열 위치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담배를 못 찾고 있으니 답답하신 듯 직접 위치를 알려주시며 짜증내시는 고객님들도 종종 있다.

물론 고객님들이 다 짜증만 내시는 건 아니다. 나보다도 친절하게 예의 있게 대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고객님 중에 한 분은 꼭 담배를 보루로 구매하신다. 사시는 곳은 이 지역이 아니신데

전 점주님이 계실 때부터 오시는 고객님이다.

그 고객님과의 인연은 개점하고 한 이주쯤 뒤이다.

"****담배 한 보루 주세요."

"사만오천 원입니다. 고객님."

"담배 한 보루 사면 라이터 주던데 안 주나요?"

" 라이터요? 라이터는 따로 구매하시는 건데요?"

" 전에 사장님은 라이터 꼭 줬는데 안 줘요?"

"고객님 담배는 수수료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아요. 더군다나 수수료를 본사와 제가 나눠 가지니더 안 남아요."

"그럼 이거 취소해요. 라이터 안 주면 안 오면 되지. 저 위에 다른 편의점 가서 달라고 하고 사면되지.

  내가 우리 마누라 꺼하고 두 보루씩 사는데 그 라이터 얼마나 한다고. "

" 고객님, 원칙은 안 되는 거예요. 하지만 고객님이 저희 단골 약속해 주시면 제가 드릴게요.

  다른 가게에서 구매하지 마시고 꼭 저희 가게에서 구매해 주세요."

" 그럼요. 내가 우리 마누라 거 까지 번갈아 가며 두 보루 사요.'

"네. 감사해요. 라이터 여기 있어요."

난 육백 원하는 일반 라이터를 꺼내어 계산하며 전달드렸다.

"아! 이거 말고. 터보라이터. 내가 화물차를 운전하는데 일반 라이터는 자꾸 불이 꺼져."

" 잠시만요. 바꿔서 계산하고 드릴게요."

"사장 아니에요? 그냥 주면 되는 거 아닌가? 뭘 계산을 해?"

"고객님. 사장이어도 계산은 다 해요. 저희 신랑도 담배 돈 내고 사고 라이터도 다 돈 내고 사요.

 사장이라고 공짜로 먹는 거 없어요. 이 라이터 제가 고객님께 사드리는 거예요. 

 고객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

" 그래도 내가 양심 없게 매번 달라고는 안 해요. 두 번 살 때 한번 정도 달라고 하지."

" 네. 고객님. 감사합니다."



TMI를 말하자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지리상 섬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그래서 "**아일랜드"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이다. 

우리 동네도 어디에나 있는 지역 맘카페가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라

가입을 하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어디 가게 오픈 하면 

"거기 새로 생긴 곳 어때요?"

글이 바로 올라왔고

다녀온 사람은 주관적인 글로 가득했다.

"거기 별로였어요. 전"

"그래요? 가려고 했는데. 가지 말아야겠네요."

또는 "거기 식당 가보셨어요? 주인이 정말 불친절해요."

등 이런 글들이 올라오면 그 가게는 우리 동네에서 살아남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서 가게가 빠지고 새로 생기고 자주 그랬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아일랜드에서 장사하기 힘들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물론 오래전 일들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종종 저런 글들이 올라온다.

그렇다. 이런 말 많은 동네에서 내가 편의점을 운영한다.

이 동네에서 14년을 살고 있다 보니 많은 일들을 알게 됐고, 입방아에 오르는 편의점이 되기 싫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매출에 플러스되면 좋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그 고객님께 몇 달째 라이터를 선물로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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