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부터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은 아니지만 집에서 심심할 때 조용하면 방에서 책을 읽고 있다. 7살 중반부터 아빠랑 주말에 도서관을 가서 책을 빌리기 시작했다. 아빠가 책을 찾으면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책을 꺼내 읽는다. 집 근처 이비인후과는 진료시간이 길고 손님이 많아 대기가 길다. 책꽂이에는 역사만화책, 수학만화책들이 꽂혀 있는데 아이는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그 책을 읽고 있다. 기쁘고 대견한 일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건 아주 어릴 때부터였다. 놀게 없을 때,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는 책을 좋아했다. 그 뒤로 자기 전에 두세 권씩 읽어 주었다. 한창 많이 볼 때는 한두 시간씩도 읽어 준 적도 있다. 처음에는 책을 읽어주는 일이 재밌고 즐거웠다. 하지만 일이 년이 아니라 6년을 계속 읽다 보면 솔직히 조금은 귀찮고 힘들 때도 있다. 특히 몸이 좋지 않거나 빨리 쉬고 싶을 때 글밥이 긴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한숨도 나게 되고 건성건성 빨리 읽어진다. 때로는 언제까지 책을 읽어줘야 하나 하는 현타가 오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강요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책을 읽자고 하는 것이 기특하여 없는 에너지를 끌어모아 읽어준다.
여행을 가거나 긴 시간을 기다리기 지루할 때면 책을 사주어 읽게 하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전에는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간식 먹기, 가위바위보, 쌀보리, 끝말잇기, 포켓몬 게임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이런 날이 나에게 오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나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책을 찾아보는 편이다. 책에는 인터넷에서 찾기 힘든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더구나 일반사람도 아닌 그 분야에서의 전문가들이 몇 년 동안 연구하고 고심해서 작성된 것이다. 대학 때는 에세이나 시집을 대학원 때는 전공서적을 많이 읽었다. 아이 낳고는 육아서적을 보았다. 요리 레시피도 유튜브나 블로그뿐 아니라 책을 통해 배우는 걸 좋아한다. 평소 읽는 과정의 책이 소파에 놓여 있어 생각날 때면 펼쳐보곤 한다.
책을 읽는 것은 활자와 내용에 집중하는 행위이고, 읽은 내용뿐 아니라 연관되거나 확장된 다양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사고하게 해 준다. 책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개인적으로 독서는 명상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책은 나의 일상에서 만나고 접할 수 없는 이야기와 경험을 간접체험하게 해 준다.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책을 통해 성장하여 큰 성공을 거둔 사람도 있다.
책 읽기의 황금기인 초등학교 시절에 아이가 책을 더 가까이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되길 바라본다. 더불이 나도 옆에서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성장하는 어른이 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