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자

by 세영


이 세상에 오는 건 울어도 축하받는 일인데 이 세상을 뜨는 건 울어도 왜 분이 안 풀려.

마트로 장 보러 갈 땐 빈손으로 가는데 집으로 다시 돌아갈 땐 왜 이렇게 무거운 짐이 한가득인 기분이야. 새 학기가 시작되는 건 새 책을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무겁게 이고 가는데, 한 학년이 끝나고선 그동안의 필기로 가득해 낡아빠진 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사물함에 놔두는 느낌이야.

죄악을 저지른 사람들은 이 세상에 오래오래 남아서 죄책감도 없이 행복해 보이는데 선한 사람들은 왜 이렇게 가슴 아픈 죽음으로 빨리 데려가는 것 같아.

영원한 건 없어 그렇지만 후자는 영원히 남을 것 같아. 더 영원할 수 있는 곳으로 먼저 간 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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