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은?
출퇴근길, 지하철과 버스에 머무는 왕복 2시간. 서서 가는 건 둘째 치고, 좁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은 내 모습을 볼 때면 온 세상이 싫어진다.
그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스마트폰이 제 맛! 날씨 정보, 웹툰, 연예 기사, 오늘의 운세를 읽다 보면 어찌어찌 시간은 간다. 하지만 핸드폰을 꺼내기조차 민망할 만큼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을 땐, 이어폰 꽂고 멍 때리는 것 밖에는 할 게 없다. 뭐라도 봐야 고통의 시간이 빨리 지나갈 텐데...
예전부터 화면 볼 필요가 없는 라디오, 유튜브 음악 채널, 명상 앱을 듣고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어 기분에 따라 골라 듣는데, 어느 날 내가 자주 들여다보는 블로거가 오디오북을 추천하더라. 그녀는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살아가는 내 또래 워킹맘. 회사를 다니며 육아하는 것도 존경스러운데, 그 와중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운동도 빼먹지 않고 무려 오디오북까지 듣는다고 한다.
오디오북이라니,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다! 김영하 작가, 배우 김태리 등 유명인사가 읽어주는 책도 있다. 뭐부터 시작할까 하다가 요즘 내가 관심 있는 감정 기복, 불안 다스리기 관련 에세이를 들어보기로 했다.
제목이 와 닿고 표지가 예쁜, 남인숙 작가의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선택.
기대 이상이었다.
내향인과 외향인의 차이는, 외부 자극/변화를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느냐에서 나타남 (내가 길거리 담배연기, 타인의 시끄러운 통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선 이유가 이거였구나)
한국인의 약 80%가 내향인이라는 사실. 그럼에도 우리는 먹고사니즘을 위해 사회성 버튼을 온/오프 한다
스트레스로 버거울 땐 사회성 버튼 조절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도 내향인들의 공통된 특징
더 좋았던 건, 이렇게 공감되는 문장들을 '귀'로 감상했다는 사실이다. 30분씩 총 4개 챕터를 듣는데 2시간 (요약본 기준), 이틀 출퇴근하는 동안 책 한 권을 끝냈다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
혼자 즐기는 커피와 독서는 내 취향이기도 하다. (출처: 모바일 교보문고)
요즘 밀리의 서재, 윌라와 같은 오디오북 서비스가 많아졌다. 독서를 위해 일부러 시간 낼 필요 없이 틈만 나면 들을 수 있다.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성우, 아나운서, 배우가 직접 읽어주니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도 장점. 물론 제작비가 많이 들겠지만, 그만큼 돈 주고 책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시장 자체가 커졌다.
오래전부터 출판 시장이 위기라고 했지만, 그 속에서 오디오북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이병헌이 읽어주는 책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이병헌이 읽어주는 사피엔스, 일주일 만에 1만 5000명 들어, 한국경제 2018.11.19 기사 참고). 기획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런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한 사람들이 부럽고 감탄스럽다.
* 이미지 출처: http://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