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lee Jul 18. 2020

바보야, 문제는 실행력이야

신사업의 핵심은 실행력과 정신력

최근 전 세계 개미들을 설레게 만, 가장 인상적 뉴스는 <Space X>의 '민간 최초 유인 우주선 발사'였다. 이 말을 하면 다들 "네가 그렇게 우주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었어?"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금 모두가 코로나 때문에 멈춰있는데,
이 와중에 누군가는 자기 계획을 실행하고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게 대단하잖아

나는 신사업 부서의 과장으로, 신규 업종/아이템 진출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자주 쓴다. 최근 3개월 간 부동산, 콘텐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실 업종/아이템은 달라도 보고서의 결은 비슷하게 나온다.


시장 현황: 현재와 미래의 시장 규모, 성장 요인이 무엇인지, 수익성은 있는지
경쟁 현황: 시장점유율과 주요 상위사들의 특징
진출 방안: 만약 우리 회사가 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그린필드 or M&A? 인수한다면 누가 좋을지?
최종 검토의견과 향후 업무 계획으로 마무리


러한 보고서를 자주 써왔기에, 어떤 양식이든 문서 작성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 않다. 정작 문제는, 보고 이후다. 일단 보고를 하고 나면 유관부서 협의를 시작으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항상 이 과정이 너무 어렵다. 사실 보고서는 업무의 단초 역할을 할 뿐이다. 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보고서를 작성했으니 내 역할은 끝났다. 여러 관계자들 협의를 거치다 보면 실행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을 거야'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나의 보고서는 '협의'라는 명목 하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이 사람 저 사람의 의견을 듣다 보면 "에이, 이 사업은 안되는 거였구나. 하지 말아야겠다"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전형적인 '아님 말고' 마인드)

리고 몇 달 후, 경쟁사에서 (또는 새로운 누군가) 그 사업을 시작했다는 씁쓸한 소식을 듣 되며 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패턴의 반복.


몇 년 전부터 린스타트업, 애자일 방식이 유행하면서 우리도 작게 시작해보자, 시제품부터 만들자는 이야기를 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보면, 대기업이기에 지켜야 할 수많은 사항들을 - 당장 규제부터, 기업 이미지, 예산, 복잡한 이해관계 - 고려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야 하기에 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나는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치는 경우가 많다. 신사업 부서의 특성은 일을 벌이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제안했을 때 반겨주는 이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것도 리스크, 저것도 리스크, 안 되는 이유만 100가지를 나열한다.

지난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외부 업체새로운 사업을 진하기 위해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외부 업체를 컨택하기 전, 수수료율을 정하기 위해 우리 회사 타 부서와 사전 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해당 부서 부장님에게 미팅을 요청했다.


"부장님, 안녕하세요. XX건 의가 필요해서 이번 주에 약 30분 정도 미팅을 요청드립니다. 혹시 언제 시간

되시나요?"

"XX건? 이거 누가 시킨 건데?"

"아, 이 건은 ~~ 한 배경으로 시작되었고, 팀장님들 간에는 간단히 이야기가 오갔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팀에서 제안서 초안을 작성했으니, 자료와 함께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과장, 팀장님들 간에 이런 얘기가 있었으면 사전에 귀띔이라고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 미팅을 요청드리는 겁니다."

"아니! 이렇게 미팅하자고 말하기 전에, 팀장님들끼리 말 나왔을 때 바로 나한테 알려줬어야지"

"... 죄송합니다" (예전에는 문서가 준비되면 얘기하자고 하시길래...)


이런 식이다. 타 부서 미팅 한 번 갖는 것부터 난관이다.  

예상대로, 그 부장님은 시종일관 뻣뻣한 태도를 유지하셨다.

대체 뭐가 그리 기분이 상하신 걸까? 정작 해결이 필요한 이슈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부장님 기분부터 맞춰드려야 했다. 답답했다. 대체 이 속도로 언제 론을 낼 수 있을까? 과연 이 제안서가 외부 업체에 전달될 수는 있을까?



주니어 시절에는 꼼꼼한 자료 준비가 일의 90%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료는 업무의 시작점일 뿐이라는 걸 안다.

일을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 기획력이란, 실행력이란 무엇일까?

업무 과정 중에 발생하는 각종 이슈사항과 태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을 설득하여 내 기획안의 끝을 보는 것. 그렇기에 수많은 비난과 조롱에도 뚝심 있게 전기차와 화성 이주 계획을 추진하는 일론 머스크는 대단한 인물일 수 밖에 없다.    


결국은 멘탈 싸움인가 보다.



* 이미지 출처: https://www.google.co.kr/amp/s/www.businessinsider.com/elon-musk-overcome-with-emotion-after-historic-spacex-launch-2020-5%3famp

매거진의 이전글 첫 번째 오디오북 체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