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월에 이어 세 번째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지난주 회사 건물에 확진자가 나와 떠들썩하더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함께 재택근무를 시행한다는 공문이 떴다. 3개 조로 나누어 일주일씩 재택 하는 형태다.
마침 나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있던 차, 이번 주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재택을 맞이하는 직장인의 심정은 복잡 미묘하다.
늦잠 자서 좋고, 지옥철을 안 타도 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순식간에 살이 찌고 일처리가 늦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기준도 애매하다. 업무 시간에는 PC 앞에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점심에 카페에서 커피를 사 오는 것도, 저녁에 간단한 외출을 하는 것도 망설여진다. 강제는 아니지만 왠지 '재택 = 셀프 자가격리'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나만 느끼는 걸까?
재택근무의 좋은 점,
잠! 최소 2시간은 더 잘 수 있다. 깜깜한 새벽, 알람에 시달리며 억지로 일어나는 것과 밝은 아침, 해를 보며 눈 뜨는 건 다르다.
지하철, 버스를 안 타도 된다. 매일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직장인으로서, 출퇴근 대중교통은 인류애를 잃는 가장 빠른 방법임을 인정한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재택 가능한 회사에 다니는 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재택 할 수 있는 환경. 무엇보다도 재택 이후 다시 출근했을 때,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 아침에 눈 뜨면 갈 곳이 있다는 소속감, 동료들과 재회하는 반가움까지.
재택근무의 나쁜 점,
업무 진행이 느려진다. 하루가 끝날 때쯤 '오늘 뭐했지? 한 게 없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종종 느낀다.
살이 찐다. 헐렁한 홈웨어를 입고 빵, 과자를 먹다 보면 순식간에 옆구리살, 엉밑살이 튀어나온다.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진다. '코로나 언제까지 계속될까?', 일이 많을 땐 '할 일이 태산인데 이 속도로 언제 다 하지?', 일이 없을 땐 '내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가는구나. 이대로 잘리면 어떡하지?', '회사만 믿고 있기엔 불안한데 뭘 해야 할까...', '이렇게 집순이로 살다가 영영 외톨이가 되면 어쩌지?', '가만, 이번 주말 치과 정기검진을 미뤄야 하나?' 등등.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안은 커진다.
재택근무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다. 2020년을 기점으로 혼자력은 새로운 생존 법칙이 되었다. 재택은 혼자력을 키울 기회이자, 평소 시간과 체력을 핑계로 미뤄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지난 두 번의 경험을 통해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1. 걸그룹 노래를 틀고, 모닝커피를 마신다.
나는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면 물티슈로 책상을 닦고, 커피를 내려 마신다. 업무 시작 전 마음을 가다듬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중요한 의식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밝고 신나는 노래로 기분을 업 시키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업무 모드를 작동해야 한다.
2. 평소 진동/무음으로 해두었던 핸드폰 알람을 큰 소리로 바꾼다.
재택근무 시 핸드폰은 중요한 연락 수단이다. 사내 공지뿐만 아니라, 업무 연락의 90% 이상이 핸드폰으로 이루어진다. 동료는 애증의 대상이다. 매일 마주치기에 갈등을 겪기도, 지겨울 때도 있지만 떨어져 있으니 소식이 궁금하다. 연락이 오면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 핸드폰 알림음을 최대로 키워놓는다.
3. 점심시간에 라디오를 듣는다.
잡념을 물리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를 듣고 있으면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이수영 언니 덕분에 집에서 맞는 점심시간이 외롭지 않다. 언니 고마워요.
4. 체지방 관리 보조제 섭취, 스쿼트 꼭!
나는 평소 영양제 마니아다. 매일 비타민, 오메가 3, 유산균, 루테인을 챙겨 먹는다. 최근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바로 '체지방 관리 보조제'. 지난 8월 재택근무 당시, 순식간에 몸이 불어나는 걸 겪은 뒤 챙겨 먹기 시작했다. 플라시보인지 실제 효과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안 먹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고 틈틈이 스쿼트를 한다. 홈트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니 10분 동안 100개를 할 수 있더라.
5. 카카오 프로젝트 100 인증
재택 기간은 사람들과의 소통, 활동량이 적어져 '무의미한 하루였다'고 느끼기 쉽다. 하루에 적어도 한 가지는 해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게 중요한데, 나에겐 '카카오 프로젝트 100'이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시작한 100일간의 프로젝트로, 나는 1) 매일 경제/자기 계발 도서 읽고 인증하기, 2) TED 강연 쉐도잉 인증하기에 참여 중이다. 평소에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빼먹었지만 재택 기간에는 시간이 많다. '읽을 책 목록'에 넣어둔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차칸양)> , <루틴의 힘(스티븐 프레스필드 외)>, <단순하게 생각하는 연습(구사나기 류슌)> 세 권을 만나볼 계획이다.
직장생활 10년 만에 경험하게 된 재택근무. 좋든 싫든, 변화에 적응하며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이 시기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목표를 이룰 것이다. 훗날 2020년을 되돌아보며 '나는 왜 재택근무, 그 소중한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냈을까'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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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0/0000054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