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만 한 곳을 10년째 다니는 게 아니라치과, 빵집도단골집을계속 다닌다. 이 글에 등장할 피부 관리실과 병원도 각각 7년, 5년째다. 더 나은 걸 탐색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곳을 검색하여 찾아가 내 상태를 설명하고, '케미가 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두렵다. 주말이나 퇴근 후 귀중한 시간을 쪼개 찾는 만큼, 내기록이 쌓여 있고 기대를 충족하는 곳을 선호한다.
오래 다닌 곳 사장님들의 특징은 전문성은 물론이고, 한결같이 친절하다는 것 (앞 글과 마찬가지로 모두 30대 후반 ~ 40대 초반 언니들이기도 하다.)
1. 피부 관리실 원장님
직장인들이 그렇듯, 나도 어깨와 허리 통증을 달고 산다. 그럼에도 일상을 버티는 건 정기적으로 피부 관리실을 찾아 마사지받는 덕분이다.
처음 원장님을 만난 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내 몸상태, 식습관을 자세히 묻던 모습이 떠오른다. (등 마사지 한번 받으러 왔을 뿐인데, 이렇게까지?싶었을 정도) 30분 넘게 상담을 하고, 처음 마사지를 받았을 때 느꼈던 그 쾌감이란! 숙명인 줄 알았던 통증이 사라지고, 어깨가 가벼워졌다. 두통도 없어졌다. 나는 원장님 실력에 반해버렸다.
몇 달 전 '이 분은 정말 대단하시다' 느낀 순간이 있었다.
주변에 마사지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각자 다니는 샵에 대해 얘기하는데, 유일하게 나만 한 곳을 꾸준히, 만족하며 다니고 있었다. 공통적인 불만은 '처음엔 잘해주더니 점점 대충 하더라. 얼굴에 팩 올려주고 몇 십분 그냥 냅두더라. 잘해주시던 분이 다른 데 갔다더라'였다. 그렇게, 내가 6-7년 간 단 한 번도 관리실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원장님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 묻는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원장님은 항상 일정하다. 분명 사람이기에 좋은 일, 나쁜 일이 있을 것이고 컨디션에 따라 기분도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이 분은 항상 똑같다.똑같이 친절하고, 매번 똑같이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 모두가 아는 그 띵언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를정말실천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그 말 (출처: 트위터)
2.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
산부인과에 가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굴욕 의자에 앉는 것도 힘든데, 혹여나 어떤 질환이 있다고 하면 어쩌나무섭다.
처음 갔던 산부인과는 불편했다. 분명 이상 없다고 하는데 왜 혼나는 기분이 드는 건지,궁금한 걸 묻고 싶은데의사는 그만 내가 가주기만을 바라는 듯했다.기분이 상해 다음번엔 다른 병원을 찾았다.
(진료실 문 열자마자) "어서 오세요~ (함박웃음)"
(상담 중) "맞아요, 많이들 그러세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리 이건 좀 더 지켜봐요"
'오픈 초기라 이렇게 반가워해주나?' 싶었지만, 이 의사는 처음부터 끝까지친절했다.
몇 달 후 다시 방문했을 땐 이미입소문이 나 손님이 가득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20~30분 대기는 기본,예약마저 어렵다. 그래도 워낙 친절하니다시 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아이고, 많이 기다리셨죠'라는 인사가 추가되고, 선생님이 조금 지쳐 보이지만. 다들 같은 마음일 거다. 이왕 진료받는 거, 좀 기다리더라도 친절하고 공감해주는 의사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
살다 보면 짜증 나고 불안하고 슬픈 일이 생긴다. 30대가 되니 걱정거리도 늘었다.
부정적인 기운을 숨기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굴 때가 많은데, 그러고 나면 꼭 후회한다. 그래서 한결같이 친절한 사람들을 닮고 싶고, 그 안에 숨겨진 절제력과 자존감이 더 대단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