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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욱 Aug 18. 2020

Day.15 당신의 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형때는 말이야 보다는 삶 자체로서 


혼자 사는 삶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한 시기가 있었다. 걱정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주변에서 혼자서도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나가는 남자 어른을 본 적이 없어서 였던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TV에서 보이는 혼자 사는 남자 연예인의 삶은 보여주기식의 냄새가 많이 났고 혈연의 범위로 좁혀 봐도 결혼하지 않은 삼촌, 형들은 명절 가족 경조사에 오지 않았고 집안 어른들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중년의 남자 사람을 걱정하는(혹은 돌려까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었던 것을 봤던 탓일까 나에게 혼자 사는 중년 남자의 모습은 부정적인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커리어의 측면을 봐도 그랬다. TV나 영화에서 승진에 좌천되는 중년의 남성은 보통 부양가족이 가장 적거나 싱글인 남성이었고 그들을 잘라내는(그야말로 잘라내졌다) 상사들은 "아직 나이도 젊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잖아?" 라는 식의 어투로 그들의 커리어를 도로의 갓길로 밀어버렸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은 원래 있던 자리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주변이나 하루에 오랜 시간 동안 빠져서 지내는 매체에서 다뤄지는 중년 남자의 삶의 묘사가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니 안 그래도 걱정을 달고 사는 나같은 사람은 곧 5~10년 뒤의 나에 삶에 불어 닥칠 불확실성에 대해 늘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저, 죄송한데요

- 열 문장 쓰는 법: 못 쓰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그런 의미에서 앞에 적은 책의 저자들은 나에게 좋은 레퍼런스로 자리했다. 두 책의 저자는 각각 디자이너,교정교열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내가 그리지 못했던 40대 이후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독신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두 분의 저자가 이야기해주는 가감 없는 이야기들(새벽에 통증이 심해져서 병원에 실려간 이야기, 중년에 혼자 사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국가 복지체계)을 보며 나는 막연하게만 상상했던 그리고 매체를 통해서는 단편적(그리고 연출된)으로만 보여왔던 독신 남성에 삶에 대한 현실적 이야기를 담담히 체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분들이 커리어를 꾸준히 이어가는 방식을 통해서 나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프리랜서로써 크고 작은 작업을 하면서 결과에 매몰되어 있던 내가 길을 잃은 것 같은 감정이 커져 우울감이 몰려올 때마다 들춰보았던 이분들의 글은 실의에 빠진 나를 구해주었다. 물론 2020년의 서울에서 살며 혼자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새로울 건 없지만 혼자서 살아가는 멋진 남성에 대한 예시들이 많이 없는 지금,(대체로 드러나 있지는 않은듯하다.) 나는 이 책에서 나온 남성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더 구체적인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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