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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un 03. 2022

놀이공원 좋아하세요?

8년 만에 서울랜드에 다녀왔습니다

자 이제, 어디로 가볼까?

혼잣말을 하며 놀이공원 앱에 나오는 지도를 손가락으로 연신 확대해 본다.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오후 12시가 채 되지 않았다. 신기한 볼거리에 눈을 뺏긴 아이들을 혹여 놓칠까 봐 한 손으로는 둘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다. 오늘은 처음으로 우리 부부가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동산 가족 나들이를 한 날이다. 밀리고 밀린 숙제를 한 기분이 들었다. 그간 아이들이 어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팬데믹 상황에서 바깥나들이가 그리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혼의 추억은 놀이공원에서부터


서울 근교에 위치한 이 놀이공원에는 유독 개인적인 추억이 많다. 중학교 시절, 이곳으로 소풍을 와서 도시락도 먹지 않고 줄을 서서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고(무모한 중2 시절) 무엇보다 남편과 신혼초에 종종 나들이하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근사한 산책로와 바로 옆에는 미술관과 동물원까지 있어서 언제 와도 지루하지 않았던 기억이다. 결혼은 했지만 서로 일에 바빠 정작 얼굴 마주할 시간이 없었던 신혼시절, 이곳은 우리의 최고의 데이트 스팟이자 언제든 설레는 장소였다.


청계산과 관악산 자락에 있는 이 놀이공원 덕분에 굳이 서울에서 멀리 가지 않아도 철마다 변하는 자연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봄에는 화사한 벚꽃을 구경하며 산책을 했고, 가을에는 선명하고도 화려한 단풍길을 거닐었다. 놀이기구에 목숨 거는(?) 시기는 진즉에 지기에 학생 때처럼 기를 쓰고 줄을 서지 않았고, 때마침 퍼레이드나 화려한 무대를 볼 때면 느긋하게 박수를 치곤 했다. 시간이 좀 늦어지면 어떠하리. 우리에겐 '야간개장'이라는 매력적인 옵션이 있었는걸. 집에 일찍 들어갈 이유도 딱히 없었으니 말이다. 놀이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으레 '만보' 이상 걸었지만, 그 와중에 지하철까지 타고 다니기도 했으니 어리긴 했었나 보다.



놀이공원과 아이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아침부터 서둘러 나들이 준비를 했다. 더운 날씨에 모자와 선크림은 필수, 아이스팩을 넘은 보냉백에 시원한 물을 두병 꽉 채우고 간식도 넉넉히 준비했다. 혹시 몰라 아이들의 여벌 옷, 물티슈를 챙기니 백팩이 빵빵하다. 레저의 달인인 지인의 강력 추천으로 휴대용 유모차까지 차 트렁크에 실었다. 잘 걷는 아이들에게 무슨 유모차일까 싶었지만, 이날 유모차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요긴했다. 역시 많이 놀러 가 본 사람의 안목과 조언은 따르고 볼일.


요즘엔 놀이공원도 공부(?)가 필요하다. 인터넷으로 미리 후기와 리뷰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이왕이면 동선도 최적화하면 좋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놀이기구 타는데 키 제한이 있어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를 사전에 좀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참, 할인율이 높은 제휴카드를 준비하는 것도 필수다. 놀이공원 앱으로 놀이기구 예약도 걸어둔다면 시간을 아낄 수도 있겠다.


이제 그의 옆자리엔 내가 아니라 우리 딸이

놀이동산 피크닉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제대로 된 테마파크에 온 것은 처음인 꼬마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이기구마다 키 제한의 기준이 조금씩 상이했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눈을 크게 뜨고 그것부터 살폈다. 빨리 놀이기구 타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대기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어른인 나도 지루했다. 역시 재밌고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사람이 많더라.


편의시설이나 화장실, 먹거리도 주변에 많아서 돌아다니는 것엔 큰 문제가 없었다. 저질스러운(?) 나의 체력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사실, 놀이동산 나들이 며칠 전부터 나름대로 체력을 준비했다. 아이들도 평소에 없던 스케줄을 땡볕 아래에서 소화하려니 지쳐 보이긴 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일까? 신혼시절엔 온통 데이트 나온 젊고 어린 연인들만 보이더니 이번엔 나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피크닉 온 엄마 아빠들, 유모차 부대들이 눈에 띈다. 물론 울거나 보채는 아이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엄마 아빠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엄마, 여기 또 올래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순간 진땀이 났지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시간이 지나면 힘들었던 기억도 조금 옅어지겠지.


같은 장소가 이렇게 달라 보이는 건 8년이라는 시간 차가 가져다준 선물일까? 물론 그간 시설에 변화도 생기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겼지만 그런 차원의 이야긴 아니다. 둘이, 그리고 지금 아이들과 같이 온 추억의 장소. 그 장소를 사랑하는 가족과 공유할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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