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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Aug 14. 2022

남편이 셋째는 어떠냐고 물었다

삼 남매 다둥이 맘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어머, 유모차 깔끔하게 쓰셨네요. 감사합니다.


중고마켓에 유모차를 팔았다. 아이들을 태우고 이곳저곳을 누비던(?) 유모차를 처분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유모차가 돌아갔으니 잘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그날,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 인생에 아기는 더 이상 없는 것일까?

왠지 마음 한 편이 섭섭한 기분까지 들었다. 두 살 터울 남매를 이만큼 키워놓느라 밤잠 못 자고 육아했던 것은 다 잊어버린 사람처럼 말이다. 나의 좌충우돌 초보 육아기의 단편은 '돌쟁이 아기 엄마의 수상한 취미생활'을 참고하시라.



우리, 셋째 낳을까?


그날 이후 아기띠에 안겨있는 작은 아기들을 볼 때, 지인들의 출산 소식을 들을 때, 혹은 우리 아이들의 아주 어릴 적 사진을 볼 때면 셋째에 대한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오곤 했다. 육아 하기에 육체적으로 가장 고된 시기가 지나니 드는 일종의 착각이자 배부른 생각이다 자문자답하며 그 마음을 꾹꾹 눌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한마디.


"우리, 셋째 낳을까?"


내 마음을 들킨 것일까?  셋째라...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아이 셋을 가진 다둥이맘을 보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아이가 셋인 집을 일컬어 '애국자 가정'이라고 부르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90년대 초만 해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 아래 아이 셋을 낳은 집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셋째는 의료보험 혜택도 주지 않았다고 하니 한 치 앞을 제대로 못 보고 세운 인구정책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에 충북 지방에 잠시 살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아이가 셋 혹은 넷인 집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다섯인 집도 보긴 했다. 그곳은 대도시에 비해 초혼 연령도 낮아서 젊은 부모가 많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방이라는 특징일 뿐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인구절벽 시대다. 그래서일까?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투어 파격적이고 다양한 출산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실효성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



셋째. 제겐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가정적이고 아이들에게 한없이 자상한 아빠인 남편은, 결혼 전부터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했다. 나도 아이 세명은 낳고 싶다고 말했었다. 육아라는 신세계를 몸소 체험하기 전, 멋모르던 그 시절에는.


그러나 이제 그 힘든 육아를 임신과 출산의 과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물론 나도 엄마 경험치가 쌓여서 예전보다는 육아 노하우도 얻었고 위의 두 아이들도 조금은 도와주겠지만, 특정 기간 동안은 육아에 몰입해야 함이 확실하다. 이에 더하여 경력 단절에 대한 위기감, 경제적인 문제 등 복합적인 이슈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나이가 들어가니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무시 못하겠다. 육아 체력 장전 또한 매우 시급 할 테고.


이런저런 마음의 생각을 남편과 깊이 나누었다. 우리 부부의 결론은, '아이는 무척 사랑스럽고 선물 같은 존재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두 아이만 잘 키우자'였다.


그럴듯한 이유로 결론을 내렸지만, 셋째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버렸다고 하진 못하겠다.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달을 하고 아이를 또 낳는다고 해도 생물학적인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이에 대한 고민은 어차피 제한적이다. 어쩌면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라 하겠다.


당분간 나는 셋째 아이에 대한 미련을 1% 정도는 갖고 살아갈 것 같다. 물론 아주(?) 자연스레 아이가 찾아온다면 이유 막론하고 기꺼이 '삼 남매 맘'이 되리라 생...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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