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익숙해진 노랫말이다. 아이들과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자연스레 접하게 된 애니메이션이 하나 있으니 바로 <브레드 이발소>. 처음에는 귀여운 캐릭터가 한몫하는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다. 특히 <브레드 이발소> 시즌 1은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TOP10에 들었다길래 호기심도 생겼고 워낙 세련미 넘치는 영상에 어른인 나도 마음이 끌렸다. 그 넘치는 세련미 때문에 당연히(?)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아닌 줄 알기도 했다. 선입견을 버려야겠다. 요즘엔 영화도, 드라마도, 애니메이션도, 우리나라가 어딜 내놔도 경쟁력 있게 잘하더라.
우리 집에 있는 미취학 아동 두 명은 <브레드 이발소>의 매력을 엄마인 나보다 먼저 발견한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레드 이발소>를 보다가 6세 둘째 아이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부엌에서 일하던 나는 서둘러 무슨 일인가 싶어 아이와 함께 만화를 시청했다. 그때까지 한 편의 에피소드를 제대로 본 적이 없기도 했고.
<브레드 이발소> (출처: KBS 브레드 이발소 홈페이지)
집값 문제를 꼬집은 '윌크의 이사'
둘째 아이가 반한 에피소드 '윌크의 이사'의 내용은 이랬다. 주인공 윌크는 브레드 이발소에서 일하는 조수로, 50만 원짜리 월세방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얼굴은 매우 인자하나 집에 관해서는 칼 같은 집주인 할머니가 월세를 100만 원으로 올려야겠다며 윌크를 찾아온다. 월급이 150만 원인 윌크는 급하게 공인중개사와 함께 다른 집을 구하려고 한다. 싸고 좁은 집, 왕복 8시간 걸리는 넓고 싼 집, 귀신이 나와 저렴한 집 등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고시원 같이 생긴 집을 발견한다. 침대 옆에 싱크대, 싱크대 앞엔 변기. 월세가 싼 것 말고는 장점이 극히 없는 집이라 공인중개사도 멋쩍어하며 나가려는데, 반전이 벌어진다. 우리의 긍정 대왕 주인공 윌크는 최소한의 이동 동선에 매우 만족해하며 그 곳을 선택하여 살게 된다.
어린아이의 눈에도 마지막 그 집(고시원으로 봐야 맞을 것 같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나 보다. 살다 살다, 고시원에 사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라니! 자고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하고 볼일 보며, 최소한의 동선으로 살 수 있다고 좋아하는 밝고 명랑한 윌크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했다.어린아이에겐 순수하게, 나 같은 어른에겐 달콤 쌉싸름하게 말이다. 나와 아이는 다른 포인트, 즉 서로 다른 펀치라인으로 인해 웃고 말았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젊은 청춘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 일, 아니 살 곳을 마련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그런 상황을 풍자하며 익살스러운 광경을 연출하는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특징이자 매력이었다. 이런 사회 풍자적 요소 덕분일까? 나를 포함해서 <브레드 이발소>를 즐겨보는 어른들도 많다고 들었다. 특히 배우 오연서 씨는 한 방송에서 스스로가 팬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시청'이라는 새로운 취미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도, 전문가도 아니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여기는 부류에 가까울 것이다. 또한 애니메이션을 평가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수준 높은 스토리와 영상미, 그리고 멋진 캐릭터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만나는 일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런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브레드 이발소>의 발견이 참 반가운 일이다. 앞서 언급했듯, 아동 만화임에도 패러디와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꽤 많으며 단순한 재미를 주는 만화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익살스레 표현한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아마 이 점이 <브레드 이발소>가 넷플릭스 TOP 10에 든 비결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북미 더빙까지 진행되었다니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과 격세지감을 느끼는 바다.
현재 시즌 3가 방영되고 있는 <브레드 이발소>. 아직 조금밖에 시청을 못했지만 시간을 내서 전편을 보고 싶은 만큼 매력 넘치는 애니메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