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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Feb 08. 2023

고물가 시대, 집밥을 흥미롭게 사수하기

앵겔지수, 집밥 그리고 시금치

앵겔지수 집밥 그

우리 가정도 긴축 재정에 돌입해야 할 것 같아.


저녁식사를 하던 남편이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툭 내뱉은 한마디. 혼자 속으로만 하던 고민을 입밖에 내는 순간 이제 현실이 된다. 그것도 나의 경제적 동반자이기도 한 남편이 말이다.


하긴, 요즘 물가가 심상치 않다.

난방비며, 택시비며, 심지어 우유가격까지. 오르지 않는 품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앵겔지수도 점점 높아질 텐데 실생활에서 당장 줄이기 쉬운 비용부터 생각하니 역시 식비다

*앵겔지수 (Engel’s coefficient)
일정 기간 가계 소비지출 총액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로서, 가계의 생활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하디 흔한 시금치가


시금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 있는 식재료 중 하나이다. 그래서일까? 시댁이 싫어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한국의 며느리부터, 뽀빠이의 힘의 원천은 시금치라는 미국 애니메이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소울푸드 등 시금치와 관련한 재미난 스토리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브레인푸드에다, 철분, 엽산, 칼슘 등의 영양소까지 풍부해서 꾸준히 각광받고 있는 푸드가 바로 시금치다. 흔하디 흔한 시금치의 효능. 나도 이번에야 제대로 알았다. 



금치 한 단을 샀습니다


마트에 들러 시금치 한 단을 샀다. 제철 맞은 시금치의 싱싱한 녹색이 도드라진 모습에 손이 안 갈 수 없는 비주얼. 더욱 놀라운 사실은 날것의(?) 시금치를 내 손으로 구매한 것은, 부끄러우나 결혼한 지 10년 만에 처음이라는 것. 친정에서 보내주신 반찬이나 동네 반찬가게에 가면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식재료이긴 했으나 정작 내 손으로 뭔가를 조리해 볼 기회가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기회를 의도적으로 허락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윗세대 어머니들이 들으면 모르긴 몰라도 등짝 스매싱 감일 듯하다.



시금치의 변신 


인터넷으로 시금치 레시피를 뒤졌다. 호주에서는 샐러드에도 곁들여먹고 시금치파이도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요리에 들어가는 시금치 양 자체가 한국처럼 많지 않았던 기억이다. 괜찮은 레시피를 고르고 골라, 가장 일반적인 '시금치 무침'부터 '베이컨 시금치 볶음', 그리고 '시금치를 곁들인 된장찌개'까지. 말 그대로 풍성한 시금치파티였다. 문제는 이 모든 게 같은 날 저녁 식사였다는 사실. 사놓고 며칠째 냉장고에 방치해(?) 놓은 시금치에 신경이 쓰이던 그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팔을 걷어붙였다. 식재료 안배에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지만 가족들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시금치 파티가 열리던 저녁

평소 나물에 거부감이 없는 건강한 입맛을 가진 5살 막내는 엄마가 한 시금치요리가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짭조름한 베이컨과도 잘 어우러진 퓨전요리 '베이컨 시금치 볶음'은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도 만족시켰다. 다만 된장찌개 속 시금치는 우리 가족들에겐 호불호가 갈렸나 보다. 같은 시금치라도 요리방법에 따라 이렇게 식감과 맛이 다르게 어우러질 수 있는다는 것에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가장 놀랐던 것 같다.


요리에 그다지 흥미가 없어서 그렇지 늘 평타이상의 맛을 내는 것, 특히 간을 맞추는 일엔 살짝 자신이 있기도 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요리에 대한 나의 고군분투기는 '초보주부, 집밥 적응기'를 참고하시길.



집밥 준비에 점점 흥미를 느끼다


외식물가도, 식재료비도 전부 올라가는 요즘. 덕분에 나의 집밥 요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여하튼 겨울 시금치처럼 제철 맞은 싱싱한 식재료는 건강에도 훨씬 좋고 가격도 저렴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거다. 나의 관심과 노력이 가정의 식탁을 경제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 윤택하게 한다면 그 또한 행복이리라 생각해 본다.


다음번엔 콩나물과 숙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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