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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r 21. 2023

기자와 선생님의 꿈을 동시에 이루던 날

프로 N잡러, 갓생러는 아니지만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


oo기자단 합격 리스트에 있는 내 이름을 재차 확인하며 내뱉은 혼잣말.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꿈꿔만 왔던 기자의 꿈을 이렇게나마 이루는구나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지금의 현실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어떤 기사를 어떻게 잘 써볼까 하는 고민을 할 새도 없이 당장 내일 있을 초등학교 아이들 영어수업 준비를 위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렇다. 어쩌다 보니, 나는 기자와 교사의 꿈을 남들보다 조금 늦게 이루었다. 그것도 거의 동시에.



당신은 N잡러인가요?


N잡러:
2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N’, 직업을 뜻하는 ‘job’, 사람이라는 뜻의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생계유지를 위한 본업 외에도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기자를 하며 아이들도 가르치다니, 혹시 내가 N잡러 혹은 갓생러가 이냐고? 시대가 시대인만큼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나의 본캐는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다. 소소하게 영어강의도 하고, 가끔 영어번역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리 비중이 크지 않다. 참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하니 N잡러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 나의 전업주부 적응기(?)는 브런치북 '21세기형 전업주부'를 참고하시길.


아무튼 나는 아이 둘을 키우는 지금에서야 기자와 교사가 되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기자와 교사가 되는 새로운 세상


도대체 어떤 기자가 되었길래 이렇게 호들갑이냐 물을 수 있겠다. 방송국이나 신문사 기자는 아니고, 서울시에서 모집하는 엄빠기자단이 되었다. 출산율이 심각할 정도로 낮아지는 지금,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정책담당자들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의 의견과 시각을 적극수용하겠다는 취지로 기자단을 뽑았다. 따라서, 기자단은 엄마아빠 여야만 지원할 수 있는 선발기준이 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면... 교회 영어성경학교 담임교사로 1년간 봉사가게 되었다. 가르치는 일이라곤 대학시절 고등부 입시과외, 성인 비즈니스영어 강의 경력만 있던 나다.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이 영 적성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초등교사 혹은 학원강사는 꿈꿔본 적이 없었으나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니 상황이 좀 달라졌다. 모든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으로 좀 더 품고 이해하게 되더라. 교회에서의 봉사수업이라 보수도 없고 오히려 헌신해야 하는 의지가 있어야만 하는 일이지만 신기하게 기쁨으로 수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N잡러로 살아볼 작정입니다만...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라떼는'을 시전 하긴 꺼려지지만 그만큼 격세지감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직업과 직장에 관한 인식의 변화일 것이다. 평생직장도 없고, 대학시절까지 배운 내용을 끊임없이 풀어서 살아가는 세상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쏟아지는 정보로 인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도 더욱 철저히 공부해야 하며, 전혀 모르던 영역에 도전하여 새로운 기회와 재능을 발견하며 직업을 전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때 단순히 직장이 나의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전업주부가 된 후, 나의 삶을 단순히 '경력단절'로 치부했던 시기가 오히려 지금의 기회를 만들어줬다고나 할까? 나의 엄마경력이 기자단 활동에, 영어성경학교 교사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평생 N잡러로 살아보겠다고.


업에 대한 개념이 확장되고 좀 더 유연해진 시대. 나의 지금의 경험과 상황이 나의 지경을 어디까지 넓혀줄 수 있을지 새삼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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