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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Feb 19. 2023

어쩌다 전시회 편식하는 요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전시회 좀 다니게 되었습니다

느긋한 오후, 우아한 옷차림으로 여유롭게 전시회를 둘러보고
달콤 쌉싸름한 아포가토를 먹어야지.


전시회에 대해 내가 은연중 갖고 있는 이미지는 아마 저 정도가 아니었을까. 왠지 나의 교양 수준이 조금 올라가서 더 멋진 사람이 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미술도 예술분야도 깊이 있게 모르던 내게 전시회란 딱 이 정도로 와닿았을 거다. 연애시절, 최고의 데이트 장소 중 한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작품감상도 좋았지만, 그곳 특유의 분위기가 나를 좀 차분하게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시대적으로도 지금은 예전에 비해 공연. 전시. 예술 시장이 활황이며, 코로나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전시회 마니아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나는 전시기획자도, 예술가도, 전시회 마니아도 아닌 그곳의 분위기만 향유했던 사람이지만, 그들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최근 몇 달간 특정 전시회를 편식(?)하며 다니고 있는 중이다.


아이와 손잡고 전시회 다니는 엄마


팬데믹도 나아지고 있고, 아이도 데리고 다닐 만큼 꽤 자랐으니 이제는 여가 시간에 체험활동 위주의 산교육(?)을 좀 적극적으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해외여행이나 제주도 한 달 살기도 아주 괜찮은 옵션이긴 하지만 아직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선택한 공연과 전시회 나들이. 

기나긴 이번 겨울방학을 슬기롭게 보내기 위한 필수 코스로 잡았다. 게다가 서울에 사는 큰 혜택 중 한 가지는 문화예술공연이 국내 그 어느 도시보다 풍성하다는 것일 게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던 몇 년 전, 지방에서 잠시 거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가까운 대전에서 아이들이 볼만한 공연이라도 열리면 어떤 장르를 막론하고 무조건 예매를 하고 보던 기억이 있다. 그에 비해 지금은 골라갈 수 있고, 아이가 좀 자라서 데리고 다니기 수월하니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다.



아이랑 어떤 전시회를 가야 하나


나의 경험상, 시와 공연을 통해 아이와 부모가 기대하거나 받아들이는 내용이나 수준은 각기 다르다. 서로의 반응이 예상 밖이라고 해야 할 정도일 때도 있다. 후기와 리뷰를 보고 어렵사리 예매한 전시회에 가서 별 감흥 없는 아이를 보며 마음 상한 적도 있다. 아이의 오감발달에 좋다고 데려간 음악공연은 아이의 집중력 문제로 중간에 나온 적도 한두 번은 있다. 반대로, 우연히 발견해서 계획도 없이 들어간 작은 전시회를 오래도록 이야기하며, 그림일기로도 남기는 아이의 색다른 모습도 보았다. 이렇듯 아이는 부모의 철저한 전략과 계획과는 관계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해야 할 요소다.


따라서, 비싸고 후기가 좋은 전시만 고집할 것은 아니며 아이의 성향과 집중력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참, 엄마의 체력도 중요하니 거리가 너무 멀거나 교통편이 어려운 곳은 아이가 조금 더 클 때 미루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아이랑 전시회 가면 뭐가 좋아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곳 위주로 찾다 보니 색감이 예쁘거나,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거나 아이가 친숙한 캐릭터나 이야기를 다룬 전시 혹은 공연을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전시회 편식'이라고 제목을 붙여봤다)


그렇다면, 과연 이의 반응은 어떠냐고? 앞서 말했듯, 엄마인 내 의견이 90% 이상 반영된 전시회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라 정확히 아이 취향이 아닐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전시회를 찾고 아이와 계획을 세우며 작품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이가 커갈수록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준이 높아지고 관심도가 더욱 성장하는 것을 보는 뿌듯함은 덤이다. 참, 전시회 관람 예절이나 애티튜드가 자연스레 익혀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더욱이, 아이가 잘 모르고 관심 없던 분야도 전시회 다녀온 이후에는  생겨 같이 찾아본 적도 꽤 있다. 일례로 마티즈에 대한 작품을 감상한 후, 집에 돌아와 작가에 대한 내용을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어린 왕자 전시회에 다녀온 후 그림책을 사서 읽기도 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전시 자체에 가는 행위 이상으로 오래도록 나눌 소재와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는 재미도 느껴본다.


물론 전시회에 가지 않고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내용들이라 할 수 있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겐 관찰력이 커지고 창의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바로 이런 지점들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예술을 통한 창의력 증진활동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한다.

 



뜻밖의 이득 한 가지


그러다 뜻밖의 이득이 있으니. 바로 내가 전시회 가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동기가 어찌 되었든 전시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나름의 관찰을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 전시 후에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공부를 하며 더욱 공감하며 흥미를 갖게 되는 선순환을 맛보는 중이기도 하다.


다소 상투적인 발언 같지만, 한마디로 예술과 미술이 삶을 조금은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혹시 아는가. 언젠간 '전시회 다니는 엄마'에서, '전시회 소개해주는 준전문가'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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