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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Sep 05. 2023

뉴요커는 아니지만 베이글만큼은 뉴욕 스타일로

담백한 베이글이 생각나는 날


음... 오묘하지만 먹다 보니 자꾸 생각나는 걸?


대학생 시절이었나? 즐겨보던 미국 드라마 속에서 트렌디한 주인공들이 아침마다 습관처럼 먹곤 하던 바로 그 베이글을 처음 맛본 후 이렇게 느꼈다. 지금처럼 베이글이 대중적인 빵이 아니었던 그때는 단순히 '건강한 맛'의 유대인이 먹던 음식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흡사 도넛처럼 생긴 외관과는 달리 반전 매력이 있는 음식이다. 



베이글(Bagle)은 도대체 어떤 빵이길래?


베이글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손바닥 정도 넓이에 이스트를 첨가한 밀가루를 반죽하여 끓는 물에 데친 다음 구워서 만든 빵'이라고 나와 있다.(출처: 위키백과) 또한 앞서 언급한 도넛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 바로 기름에 튀기지 않고 버터, 우유,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지방, 저콜레스테롤의 건강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베이글의 유래도 꽤 흥미롭다. 17세기 초반 폴란드의 한 제빵사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졌으며, 그 후 폴란드계 유대인들이 북미대륙으로 집단이주를 하게 되면서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등지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동유럽 유대인들의 음식 이어서인지는 몰라도 동유럽과 주변국에는 베이글과 비슷한 형태의 다른 이름을 가진 빵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음식이 터키의 '시미트(simit)'인데 전통 화덕에서 구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뉴욕 하면 베이글이지!


뉴욕에 가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렇게나 베이글의 종류가 다양하고 거대하며 많은 지를.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 사이로 향긋한 빵냄새가 몰려온다. 패스트푸드점만큼 베이글가게가 많은 곳이라 그런가 보다. 


아침을 일찍 여는 부지런한 도시답게 한 손엔 베이글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엔 커피를 그것도 미국식(?)으로 모두 특대 사이즈로 무겁게 들고 바삐 걸어가는 뉴요커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뉴욕이라는 도시에 자연스럽고 아주 깊숙이 스며들어있는 음식인 듯했다. 그 역사가 어찌 되었든 베이글은 뉴욕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매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다.  


베이글 전문점에 진열된 온갖 종류의 베이글은 마치 쇼를 보는 것처럼 다양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결국 베이글을 주문하려 줄을 섰다가, 결국 가게 한편에서 메뉴 정독하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다. 미국에 비하면 주니어 사이즈인 우리나라 베이글, 그것도 블루베리, 어니언, 플레인 베이글 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겐 반죽부터 갖가지 토핑이 가득한 베이글을 보니 선택장애가 올 것 같았다. 게다가 스프레드는 또 왜 이리 버라이어티 한지. 마치 아이스크림 가게에 온 착각이 들 정도로 형형색색에 독특한 맛까지 다양해서 대학생 여행자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가장 뇌리에 남아있는 인상적인 장면은 뉴욕식 크림치즈 베이글의 자태였다. 베이글 두께만큼 크림치즈를 빈틈없이 스프레드 한 모습은 '저걸 어떻게 먹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으나 이내 깨달았다. 그것이 어쩌면 가장 뉴욕 스타일의 베이글임을.


후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물론 그때는 이미 한국에서 베이글을 자주 접한 터라 유명한 베이글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를 찾아다니는 여유를 부리곤 했다.




서울에서 베이글을 그리고 뉴욕 감성을?


개인적으로 달콤한 음식을 즐기지 않는 나는 담백하며 자칫 밍밍할 수도 있는 베이글은 좋아한다. 더욱이 심심한 빵맛에 깊이를 더해주는 크림치즈와의 조화는 완벽한 밸런스인 듯하다.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먹을수록 스며들어 또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베이글이 아닐까? 물론 지극히 주관적 평이다.


'빵지순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빵에 대해 진심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베이글을 전문으로 하는 빵집과 가게들이 속속 생기며 줄 서는 맛집으로 탄생하는 곳도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글 매장은 포비, 런던베이글뮤지엄, 코끼리베이글 정도가 떠오른다. 이 밖에도 지역 명물 로컬 베이글 맛집도 곳곳에 꽤 많으니 베이글 마니아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맛집이 아니더라도 동네 카페나 베이커리에 가도 베이글은 아주 당연하게 메뉴판에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에서 접하는 뉴요커가 왠지 멋져 보여서 뉴욕스타일을 표방하는 베이글집과 카페를 찾아다니던 시절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로컬화되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매력적인 베이글 맛집과 카페가 많이 생기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만큼 한국인의 식생활이나 외식 트렌드가 많이 변화했다는 의미도 된다. 쉽게 말해, 굳이 쌀밥과 반찬을 먹는 식사를 하지 않아도 한 끼 정도는 베이글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고 해두자. 식습관의 변화와 수준이 높아진 외식 문화 덕분인지 몰라도 베이글과 커피를 마시며 매번 뉴욕 감성을 꿈꾸진 않지만 그래도 음식이 가져다주는 감성과 여행의 추억은 일상을 풍부하게 하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내게는 그 음식이 베이글이다. 그리고 그 베이글 덕분에 오랜만에 뉴욕 여행을 반추하고 또 다른 여행을 꿈꿔보게 된다. 



아무튼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이 살짝 부족하다 싶을 때, 담백하고 든든한 베이글에 크림치즈 조합을 추천해 본다. 단, 칼로리는 적지 않으니 양조절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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