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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an 17. 2024

롯데월드, 그곳은 여전했다

엄마가 되어 다시 가는 그때 그곳 이야기

어디 보자, 키 제한에 안 걸리는 놀이기구부터 체크해 볼까.


연신 놀이동산 가이드맵과 앱을 번갈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진 남편이다. 늘 철두철미한 스타일이 놀이공원에 와서까지 적용이 되다니 인생 참 피곤하겠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이왕 왔으니 최대한 재미있게 놀고 가는 게 좋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저 아이들이 좋아하겠거니 하고 잡은 놀이공원행이었다. 남편의 바쁜 스케줄을 쪼개고 쪼개어 마련한 이날을, 아이들은 달력에 표시해 놓고 몇 날 며칠을 기다렸더랬다.



온 가족 완전체로 롯데월드 입장!


오픈런을 계획했건만 아이들 준비에 도로상황이라는 변수가 컸다. 오픈시간 보다 30분 늦게 입장했더니 예상보다 많은 인파에 살짝 놀랐다.


각오는 했지만 중. 고등학교 방학이라 그런지 떼를 지어 다니는 청소년들, 그리고 교복을 입고 활보하는 20대 친구들이 꽤 많이 보였다. 알고 보니 교복을 대여해 주는 곳이 있더라. 나도 한번 입어볼까 하다가 급히 마음을 접었다. 여러 사람 놀라게 하지 않는 걸로...


키 제한에 걸리는 둘째가 있기에 가이드맵을 따라 가장 순한 맛(?) 어트랙션들 위주로 공략했다. 풍선비행, 모노레일 등 넓디넓은 롯데월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부터 탐색을 시작했다. 나름 전략을 짜서 실행한 것인데 아이들은 조금 시시했나 보다. 게다가 이런 심심한 놀이기구도 예약 대기 시스템을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니.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으리라.


여전히 스릴만점 어트랙션은 대기줄이 어마어마했고 인기 많은 후룸라이드는 예약대기 시스템조차 받지 않는다. 별수 없이 1시간 30분 이상을 줄을 서서기 다려야 하는데 아이들이 타고 싶다 성화였지만 빠른 포기를 하고 추로스로 입막음을 시도했다.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다


익숙한 듯 다른 롯데월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이곳에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교회 초등부에서 10명 정도의 친구들을 데리고 지하철을 이용해서 롯데월드에 왔었다. 그때는 키즈카페도, 아이들을 배려하는 시설도 지금에 비해 많지 않던 시절이어서 더더욱 롯데월드에 대한 로망이 컸다.


마치 '꿈과 희망의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 어린 마음에 받은 문화충격을 잊지 못한다. 함께 했던 친구들이 좋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탔던 놀이기구, 당시 롯데월드에 와야만 먹을 수 있었던 추로스 같은 신선한 먹거리에 정신을 빼앗겼었다. 오죽하면 어린이날 생일 등의 나의 소원이 한결같이 롯데월드 가는 것이었을까!


롯데월드 곳곳을 돌아보며 밝은 모습으로 좋아하는 9세 첫째 아이의 모습 속에 내 모습이 겹쳐 보이며 나도 다시 어린아이의 순수한 감성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놀이공원이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종일 놀아보자


오후 4시가 되니 사람이 더 많아진다. 알고 보니 After 4라는 시간에 따른 할인 티켓 때문에 오후에도 입장객이 급속도로 들어왔다.

문제는, 놀이기구도 꽤 타보았고 간식도 맛있게 먹고 퍼레이드까지 즐겼지만 아이들은 아직 집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어 보였는 것이다.

돌아보니 나도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집에 돌아가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한 시간이 넘게 대중교통을 타고 집으로 가야 했음에도 그게 문제가 된다고 한 번도 고려해보진 않았다. 결국 엄마아빠의 체력이 문제인가...


아무튼 이 날을 위해 시간도 비용도 저축했으니 밖이 어두워질 때까진 최대한 아이들과 이곳을 즐겨보기로 했다. 어쩌면 오늘 해맑은 첫째의 모습에서 9살 내 모습이 겹쳐 보여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참, 아이와 다시 한번 올 때는 인기만점 스릴만점인 후룸라이드를 꼭 타기로 약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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