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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r 07. 2024

3월, 설레기 시작했다

아이들 개학, 그리고 나의 두 가지 설렘

3월이다.


3월은 새로움과 낯섦이 공존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겨우내 추위에 움츠린 세상과 공기의 흐름이 따뜻하게 바뀌는 때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 나에게 3월은 처절하게 낯설면서도 다가올 새로움에 더욱 큰 기대를 품곤 했던 달콤 쌉싸름한 기억이다.


그런데, 갑자기 왠 3월 타령이냐고?

마냥 아기 같았던 둘째가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어서 올해는 특히나 더 감상적이 되었다고 해두자.



3월 첫 주, 학부모의 흔한 일상 


긴장되고 정신없던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끝나고, 아이들은 정상 등교를 시작했다.

우려와는 달리 학교가 마냥 신기하고 급식이 맛있다는 둘째는 탁월한 적응력을 발휘 중이고, 첫째도 한 학년 올라가더니 제법 의젓한 티가 난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지키는 일,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 엄마로서 아주 고마운 부분이다. 


매끼 메뉴걱정을 하며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것이 일상인 겨울방학이 바로 지난 주였다. 그래도 덕분에 요리실력과 집안일의 스피드가 증가했으니 만족할만하다. 

한껏 긴장한 마음으로 시작한 3월 개학 첫날 후, 한시름 놓인 마음과 갑자기 주어진 오전 시간의 여유 때문일까? 창을 통해 들어오는 오전의 햇살이 고요하기만 하다. 지난주와 같은 공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정돈된 집안 풍경이 황송할 지경이다. 



첫 번째 설렘: 시간과 공간이 주는 힘


집은 매우 일상적이며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때에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음에 새삼 감사가 나왔다. 아이들이 집에 없는 오전의 약 4시간, 무언가를 하거나 외출 후 돌아오기엔 무척 촉박할 수도 있고, 그냥 흘려보내도 별 타격감이 없을법한 시간이다. 


그래도 이 시간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들어보기로 선택했다. 긴 겨울 동안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렸는지. 

식탁에 제멋대로 놓여있는 아침식사 그릇을 정리하고 거실을 치운다. 빨래바구니를 확인 후 세탁기를 돌리고 그 사이 청소기도 한번 쓱. 참, 환기도 잊지 말아야지. 후다닥 해치우면 금방 끝나는 별것 아닌 집안일이지만 왜 이리 미루고만 싶은지. 그래도 몸을 움직여 본다.

운동을 가지 않는 날엔 홈트로 짧게 몸을 풀고 마음의 양식 성경 읽기와 QT도 꾸준히 해보리라 다짐한다. 

맞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장바구니에 담아놨던 책들을 이제부터 하나하나 읽어보며 글도 써볼 테다.


산책하고 싶은 날은 거품 가득 카푸치노를 테이크아웃 해서 동네마트에서 오늘의 장보기까지 완료하면 아이가 올시간이 거의 다 된다. 방학 동안 거의 마주치지 못했던 동네 지인들도 새삼 반갑고 생각보다 체육센터가 북적여서 놀라며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 시작되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두 번째 설렘: 아이의 성장을 함께하는 엄마


3월의 두 번째 설렘은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더 이상 낯선 새 학기에 적응하느라 마음이 어려웠던 일이 나에겐 없을 테지만 (새 학기가 있다 해도 이 나이쯤 되면 그 낯섦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뻔뻔함이 겸비된다) 아직 그 모든 것들이 낯선 아이를 둘이나 키우고 있다. 

나의 일도, 여유도, 시간도 모두 소중하나 무엇보다 아이들은 지금 엄마의 세심한 케어가 필요할 때다. 많은 학부모가 아이의 초등입학을 앞두고 휴직한다는 통계만 봐도 그 시기의 중요성을 느낄 수가 있다. 


아이의 키가 자라듯 마음도 생각도 자라난다. 엄마는 그런 아이를 곁에서 응원하고 섬겨주는, 대체불가결한  존재임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일거수일투족 아이의 일에 참견하며 모든 일을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아마 모든 엄마 그리고 아빠의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더하여, 나는 이것을 지금 나의 인생의 우선순위로 삼았다. 한때는 나의 커리어와 성취가 전부인 양 살아가던 시기도 있었고, 아이들이 얼른 커서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때가 빨리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3월을 맞아 앞서 언급한 지금 나의 우선순위가 설렘의 이유가 되었다. 아이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기회이자 축복인가. 비록 한없이 부족한 엄마이기에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시행착오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이 기회를 즐기기로 했다. 말은 거창하게 하지만, 현실은 당장 아이들 오후 간식을 어떻게 준비해줘야 하나 고민하는 흔한 엄마다.


아이의 성장을 함께할 수 있다는 3월의 이 설렘 포인트가 바로, 첫 번째 설렘 포인트의 이유이기도 할 테다. 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내가 충전하고 힘을 얻어야 할 시간과 공간의 여유도 있어야 하기에 말이다. 그런 균형이 잘 맞춰질 때 나의 삶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지리라 확신한다.


내 3월의 설렘이 익숙해져서 무뎌지기 전에 이 설렘들을 매 순간 누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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