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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an 25. 2024

혼수로 해온 그릇을 10년 만에 꺼냈습니다

16명이 함께한 우리 집 홈파티의 기록

플레이팅 할 그릇부터 준비해 볼까?


손이 잘 닿지 않 윗 선반 구석에 고이 놓아둔 그릇을 이제야 꺼내본다. 결혼 당시 고르고 고른 혼수 그릇이기에 유명 브랜드 제품도 있고, 쓰기 아까울 만큼 예쁜 접시도 있다. 이제야 이 그릇들을 조우하다니 민망하기도 새롭기도 순간이다.



우리 집 거실이 손님으로 꽉 차던 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참 즐거운 일이지만, 집으로 초대해 한 끼를 대접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인 줄 결혼한 지 10년 만에 새삼 깨닫 된 요즘이다.


그날, 무려 16명이 우리 집에 모이게 되었다.

순식간에 30평대 거실은 6인용 상 2개와 어린이용 책상까지 붙여  찬 느낌이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단순히 지인들, 더 정확히 말하면 교회 양무리 양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하며 교제하는 그런 심플한 계획이었다.


홈파티 프로젝트?!


집들이 호스트 경험이 없지는 않다. 신혼 초 친구들을 초대해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요리를 총 동원하여 집밥을 해본 적도 있고, 배달음식의 도움을 받아 풍성한 식탁을 꾸려본 일도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인원을 한꺼번에 초대하려니 홈파티 며칠 전부터 걱정이 몰려었다.


물론 내가 원해서 벌인 일이고 최대한 부담 없는 선에서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호스트로서의 책임감과, 손님을 잘 치르고 싶은 욕심이 섞여서인지 어느새 그날 메뉴 구상과 세팅에 마음이 바빠졌다.


배달음식 만으로도 충분히 상을 차릴 수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핑거푸드를 준비하기로 했다. 유부초밥, 과일, 샐러드, 감자튀김, 스낵, 커피와 음료 등 상이 비어 보이지 않으면서도 부담 없는 메뉴를 구상하여 장을 봤다. 배달음식의 정석인 치킨과 피자 맛집도 꼼꼼히 검색해서 부족하지 않게 주문했다.


설거지를 줄이면서도 간편한, 그러나 환경에는 조금 미안한 선택인 종이컵과 접시, 젓가락도  구매했다. 홈파티 감성을 한 끗 올려줄 디자인으로다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6인용 접이식 테이블과 급히 동생집에서 빌려온 동일한 사이즈 테이블을 붙여 자리를 만들었다. 미리 만들어 둔 핑거푸드를 혼수 그릇에 가득 담아 랩핑을 하고 테이블 세팅을 마무리해 본다. 왠지 모를 뿌듯함마저 느껴졌다.


서로 떡을 떼는 즐거움


손님이 하나 둘 들어올 때마다 마음과 손이 점점 더 바빠지는 건 어쩔 수 없 호스트의 숙명이었다. 부엌에서 부리나케 나와 손님을 맞이하고 자리를 안내하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다시 부엌으로 향하는 일의 반복이다.


앞치마를 입은 내 모습에 내심 놀라는 손님도 있었다. 하긴, 나도 내 모습이 무척이나 어색했으니 충분히 이해한다. 오늘만큼은 어린아이들도 호스트가 되어 손님들을 맞이하고 엄마를 돕는 모습에 기특함을 느 것도 잠시, 홈파티엔 필요한 게 참 많음을 느낀다. 홈파티 전,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던 초보 호스트의 착각이었다.


점심과 디저트를 즐기며 하하 호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겨울의 짧은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했다. 식재료만 더 있었으면 저녁밥까지 해서 대접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런 호스트의 마음만 받고 자리를 재촉하여 떠나는 오늘의 게스트 들은 한결같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돌아갔다.


초보 호스트인 나의 약간의 어설픔만 제외하면 굉장히 풍성하고 의미 있는 교제의 시간이었다. 교회나 밖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깊은 나눔이 이어졌고, 집이라는 공간의 힘이 주는 친밀함이 더해졌다.


성경에 나와있는 이 생각나는 모임이었다.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행 2:46)

Every day they continued to meet together in the temple courts. They broke bread in their homes and ate together with glad and sincere hearts, (Acts 2:46, NIV)


그래서일까? 몸은 지쳤지만 마음만은 기뻤다. 다른 사람을 섬기면서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예전엔 미처 몰랐던 감정이다. 이제 서서히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가 보다. 결혼 10년 만에 말이다.


손님들이 다녀간 자리, 뒷정리와 청소가 남았지만 그마저도 그리 번거롭단 생각이 들지 않음은 홈파티가 준 풍성함이라는 선물 때문이리라.

 

이제 16명과 함께한 홈파티가 끝났으니 다음번엔 인원이 살짝 더 늘어나도 덜 당황하며 더 능숙한 호스트가 될 수 있으리라... 혼자 기분 좋은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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