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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아스팔트에 서서

2025 거룩한 방파제 통합국민대회에 다녀오다

by 헬로쿠쌤

6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1시 30분


버스를 타고 간 것이 실수였을까?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는데, 서대문역을 돌아 광화문 근처에 진입한 버스가 별안간 거북이걸음이다. 연신 시간을 체크하며 미리 도착해 있는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겨본다. 갑자기 차선이 줄어들며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연장하며 바쁘게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찬양과 기도를 하는 수많은 인파를 발견했다.


세상에, 여기까지 인파가 이어지다니.


놀랄 새도 없이 휴대폰 카메라부터 켰다. 작은 화면에 이 광경을 제대로 다 담아내질 못해서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덕수궁 근처까지 쭉 늘어선 한국교회 성도들과 집회 참여자들을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하철로 이동한 남편도, 인파에 떠밀려서 한참을 헤맨 끝에 드디어 만났다.



30만 인파가 모인 이곳은?


그렇다. 이곳은 2015년부터 지속되어 온 '거룩한 방파제 통합국민대회' 현장이다. 이 통합국민대회는 한국교회와 시민단체들이 기독교 윤리와 기독교 문화에 근거하여 기독교의 도덕적 가치관을 지키기 위하여 설립했으며 같은 시기 열리는 퀴어축제에 맞서 건강한 가정과 다음 세대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매년 개최돼 왔다.


올해의 주요 의제는 네 가지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학생인권특별법 및 인권정책기본법안 반대, 동성혼 합법화 반대 등이다. 감사한 사실은, 전 세계에 동성애·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국민대회를 하는 곳은 오직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성 혁명 운동을 저지하는 시민 단체가 최소 1200개 이상이라고 한다. 더하여, 통합국민대회가 지속되면 될수록, 비기독교인들을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깨어나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특히 청년들과 다음 세대들이 성경적 가치관과 상식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퀴어행사의 목적은 엄연히 자유민주주의 헌법과 충돌하고 있다. 다행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법의 폐해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추라는 UN의 강력한 권고에도, OECD 국가 중 대한민국과 일본 만이 아직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지 않았다. 파도가 잠시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나라와 교회와 가정을 허물려는 성 혁명의 세력의 집요한 공격은 계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거룩한 방파제는 크리스천들이 일어나 거룩한 방파제가 돼 악법 제정을 막고, 가정과 자녀, 대한민국 교회의 거룩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집회 시작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탓에 메인무대 근처는 물론이거니와 보조무대 근처에도 자리가 없었다. 뙤약볕을 피해볼 요량으로 덕수궁 처마밑에 서서 참여할까 했으나, 신고된 도로 위로 이동을 해야 경찰이 계속 집회 장소를 늘려준다는 행사진행 요원의 안내에 따라 시청에서 광화문 쪽으로 움직였다. 각종 시민단체와 기독교 및 교육단체 부스가 촘촘히 이어져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참가 단체부스에 또 한 번 감동이 와서 홍보물도 받고 설명도 더 더 듣고 싶었으나 워낙 북적이는 현장이라 지나친 곳이 많았다.


얼마큼 더 뒤로 걸어갔을까? 어느새 시청역 보다 광화문이 훨씬 더 가까운 위치다. 그늘진 인도에서 아스팔트 위로 걸어 들어가니 때 이른 폭염에 달궈진 아스팔트의 열기가 확 올라온다. 미리 준비해 온 방석을 깔고 따가운 햇살을 양산으로 애써 막으며 자리를 잡았다. 미리 각오한 만큼 예배와 찬양에 집중했다. 미처 챙겨 오지 못한 생수 한통이 그렇게 간절해질 줄 몰랐지만.



어느새 기독교 집회 프로 참석러가 되다


작년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이후 의도치 않았지만 기독교 집회를 종종 참여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교회누나가 말하는,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를 참고하시길)


부끄럽지만 그동안 기독교 인으로서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무관심했다. 그러던 내가 작년 10.27 예배 이후 크게 달라졌다. 올바른 성경적 가치를 지키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정과 나라를 위해 그 누구보다 생명과 가정,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크리스천들이 행동해야 한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그 믿음대로 작은 발걸음이지만 목소리에 보태기로,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대로 우리 가족이 하나가 되어 기도하며 크리스천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어떠면 내 남은 생애동안 가장 강력한 사명일지도 모르는 성경적 가치를 수호하는 일, 이것이 나에게는 채 1년도 되지 않은, 새롭지만 굉장한 거룩한 변화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아스팔트에 서서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라 영생을 취하라 이를 위하여 네가 부르심을 받았고 많은 증인 앞에서 선한 증언을 하였도다 (딤전 6:12)

Fight the good fight of the faith. Take hold of the eternal life to which you were called when you made your good confession in the presence of many witnesses. (1 Timothy 6:12)


사는 곳도, 나이도, 직업도, 다르지만 하나님과 가정,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크리스천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났다. 큰 소리로 모여 찬양하고 기도하는 이 장소가,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아스팔트 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통합대회는 연합기도회, 경배와 찬양, 국민대회, 격려사 등 풍성하게 준비된 순서로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올해 집회의 하이라이트는 퍼레이드였다. 깃발을 든 청년 기수들이 팀을 이뤄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출발해 서대문역, 경찰청, 대한문을 거쳐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다. 마치 영적 전쟁을 치르는 군사의 모습처럼 믿음직스러운 새벽이슬 같은 청년들이 행진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자리에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룩한 방파제 통합국민대회가 끝난 후에


주최 측 추산 30만 명. 더 많은 사람들이 깨어나서일 수도,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드라이브가 걸려서 일수도 있겠지만, 거룩한 방파제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여름의 햇살만큼이나 모임의 열기도 기도도 뜨거웠다. 그리고 다시 일상. 그러나 영적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혹자는 기독교의 정수인 '사랑'을 언급하며 동성애도,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모두 사랑으로 감싸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인 동시에 공의로우시며 죄와는 타협할 수 없으신 거룩한 분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죄를 미워하는 것이고, 그 사람을 사랑하기에 죄에 빠지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오해받고 있는 진정한 생명과 성의 가치를 바로 이해할 때만이 거룩한 가정, 더 나아가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크리스천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룩한 방파제'가 되어 일상에서,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넉넉히 승리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사진출처: GMW연합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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