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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자유민주 공화국

미국인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의 독특한 점 몇 가지

by 헬로쿠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나 기념비는 없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가 내게 물었다. 서울의 현대적이고 모던한 분위기와 더불어 도심 속 고궁이 주는 절묘한 조화에 굉장히 감명을 받았노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순간 난감했다. 서울 한복판에 이순신 장군 동상도, 세종대왕상도 존재감을 뽐내며 떡 하니 세워져 있건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살피고 배울 상징적 건축물이 곧바로 생각나지 않았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나라 전통은 조선과 고려, 삼국시대 등을 관통하는 유구한 민족의 역사였지, 근대국가인 대한민국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지폐에 조차 대한민국 공화국 국민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워싱턴, 링컨 등 미국 공화국 영웅들이 미국 지폐에 등장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내게 질문을 던진 그 외국인 친구보다 한국인인 내가 내 나라에 대해 낯설게 느껴진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부터 대한민국에 대한 질문과 탐구가 시작되었다.



Is Korea Republic? (대한민국이 공화국이라고?)


작년 여름, 한 미국인 저널리스트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스피치 제목은 'Is Korea Republic?' ('대한민국이 공화국이라고?')였다. 간결한 제목과 달리, 공화국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의 등장에 당황했던 기억이다. 대한민국의 영문 국가명이 Republic of Korea이니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말이다. 국가명에 이렇게나 명확히 명시되어 있는 공화국이란 단어와 의미에 대해 제대로 배웠거나 심지어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대한민국이 공화국이냐고 묻는 연사의 질문에 청중은 멋쩍은 웃음으로 받아쳤다.


대한민국이라는 헌법에 기초한 공화국의 정의와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그는, 현대 사회의 싸움을 요약하면 자유와 공산주의와의 싸움이라 칭하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공유했던 기억이다.


때로는 내가 속한 공동체를 타 공동체에 있는 사람이 더 정확하게 분석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 공동체 안에서 줄곧 살아온 사람에겐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라서 의심조차 해보지 않았던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탐사보도를 한 기자의 눈으로 본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정치는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일차원적으로 이해하고 하나로 결론 내릴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건국일을 아시나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늘 광복절(1945년 8월 15일)과 헷갈렸다. 역사에 대한 이런 안이함 때문일까? 일제에 의해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면 저절로 나라가 건국되는 줄로 착각해 왔다. 그러나 '건국 전쟁'이란 말이 있듯이 한 국가를 세우는 일은 통과해야 할 엄청난 시련과 장애가 있기 마련이다. 역사를 살펴보건대 처음부터 완벽하고 완전한 나라는 존재하기 어렵다. 봉건국가였던 조선시대와 민족적 시련이 있던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이라는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탄생한 것, 그 자체가 기적이다. 자유민주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각축전을 펼친 1940년대 후반부터, 한반도는 이 치열한 이념전쟁의 한복판이 되었고 6.25 전쟁과 민족 분단이라는 아픔을 맞이했다.


그러나 여기서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할 사실 하나.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며, 이 대한민국은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번영하고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국가나 완벽한 국가는 없으며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다. 그러나 한때 청년들이 마치 구호처럼 외치던 '헬조선'이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는 비뚤어진 역사관과 국가는 처음부터 모두 선해야 한다는 환상이 빚어낸 선동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받지 못하는 공화국


<사랑받지 못하는 공화국>이란 책이 있다. 오랜 시간 한국과 북한에 대해 연구해 온 미국인 교수, 브라이언 마이어스가 집필한 이 책은, 미국인의 시선으로 본 독특한 대한민국의 정치 역사와 민족사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가 아님에도 아직 참된 다민족 사회로 보긴 어렵다고 하며, 그 근거 중 하나로 개천절을 여전히 공유일로 기념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이란 공화국 수립을 기념하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언급도 첨언하면서...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나 조차도 우리나라가 공화국이기 때문에 소위 국뽕이라고도 불리는 자부심을 갖기보다, '한강의 기적', 'K POP' 같은 상징적 사건과 트렌드에 더 자부심을 느껴왔던 것 같다. 이 부분이 미국인과 한국인의 애국심을 구성하는 차이를 낳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더하여, 그는 대한민국의 첨예한 세대 간 남녀 간 지역 간 갈등 속에서 이를 초월하게 해 주는 유일한 것이 반일 민족주의 혹은 반일종족주의라고 언급했다. 그래서일까? 일본이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을 힘들게 한 것은 맞지만, 'NO Japan' 운동,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 등의 최근 일어난 이슈의 추이를 반추해 보면, 자유진영의 우방국인 일본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반일감정이 점점 고조화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해 나가야 할 때


물론 민족주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은 우리 민족의 자랑거리이자 귀한 전통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국가관의 정립을 통한 대한민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라고 본다. 한반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남북은 분단되어 같은 민족이 서로 다른 체제 하에 살아가고 있다. 약 80년의 시간 동안 놀랍게 번영한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가 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전세게에 증명하는 본보기가 되었다. 반면 북한은 세계 최대의 인권탄압국이자 독재국가로 전 세계의 골칫덩이가 되었다.


냉정하고도 엄밀히 말해 우리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게다가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이슈와 신냉전이라고도 불리는 공산주의의 전방위적인 침투로 대한민국이라는 헌법을 기초로 한 공화국은 또 한 번 위기를 겪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며, 대한민국을 평면적으로만 보지 않길 바란다.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헌법, 삼권분립 등 위대한 가치를 실현하고 번영하고 있는 Republic of Korea에 대해 나를 포함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하길 바라는 바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들이 본 한국의 정치적, 민족적, 국가관적 특징은 신선함을 넘어 각성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애석하게도 역사는 그 기술하는 사람의 사상이나 이념에 따라 그 톤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만 봐도 언론사의 논조에 따라 같은 사실이 다르게 둔갑하기도 하니 매우 실감이 난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균형 잡힌 열린 마음으로 역사적 사실을 마주하고, 표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자유 대한민국에서 근현대사에 대해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때 그 사회는 더욱 화합되고 발전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정치와 역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며 전해보리라 다짐해 본다.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자 중 한 명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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