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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Aug 05. 2021

싱글 직장인의 흔한 주말 풍경

그때 그 직장인의 주말 나기

벌써 주말이네? 뭐하지?

금요일 아침부터 정결한(?) 마음으로 주말을 맞이할 준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사회초년생 싱글 직장인 시절, 한때는 그런 마음이 들었었다. 미취학 아동 둘을 케어하는 지금의 주말과는 느낌부터 다른 그때 그 시절 주말 이야기. 기억을 더듬어 볼까?



20대 싱글 직장인에게 주말이란?


취업 후 회사 생활에 적응이 되자 찾아온 몸과 마음의 여유. 그래서인지 주말의 시간은 '덤'으로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크리스천인 나는 일요일엔 교회에 나가는 것이 고정 루틴이었지만 금요일 밤과 토요일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늘 고민이던 듯하다. 지금 돌아보면 '행복에 겨웠네'라고 나조차도 말할 것 같지만, 그때는 촘촘한 스케줄 속에 살아온 몸과 마음이 인생의 새로운 스테이지에서 적응이 안되어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을 보내며 놀고 취미를 찾는 것도 과외가 필요한 순간이었나 보다.



주말, 소개팅하기 딱 좋은 시간

말해 뭐하랴? 20대 피 끓는 청춘의 특권. 제 짝을 찾아 떠나는 자는 응원받아 마땅하다.

그래서인지 회사 동기들과 친구들 모두 주말이면 소개팅하느라 바빴다. 한 친구는 토요일 일요일 점심, 저녁 시간을 이용해 총 4번의 소개팅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뭐... 결과는, 그냥 소개팅 만남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계열사가 참 많았다. 사내 인트라넷으로 다른 계열사 동기들과도 메신저처럼 실시간으로 연락을 했다. 물론 업무시간에만.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인트라넷에 남아있는 동기들끼리는 끈끈한 친밀감이  생기기도 했다. 대기업의 장점 중 하나기도 한 동기 문화와 동기애.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버려서 연락이 자연스레 끊겼지만 그때는 내 삶의 중요한 커뮤니티였다. 아무튼 이렇게 계열사 전체로 넓게 포진해있는 동기들은 서로서로 소개팅 품앗이(?)를 해주기도 했다.


긴 싱글의 시기를 겪고 있던 나는 소개팅 섭외 대상 1순위였다. 비록 '크리스천 남자, 다시 말해 교회 오빠만 만날래요'라고 선언해서인지 실제로 소개팅이 성사된 일은 딱 두 번밖에 없었다. 그것도 한 번은 크리스천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아니었다. 날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기타 치는 s전자 사원이었는데 매몰차게 애프터를 거절했었다. '전 크리스천만 만나거든요. 정말 괜찮으신 분인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라고... 아, 내가 왜 그리 비싸게 굴었을까? 단호박 같던 차도녀 시절의 나였으니까.


또 한 번은 나를 마음에 두고 있던 동기 오빠가 본인의 베스트 프랜드라며 굉장한 훈남을 소개해줬다. 그런데... 소개팅 장소부터 영화관까지 동기 오빠랑 같이 셋이 데이트를 했더랬다.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나고 보니 정말 속 보이는 행동. 그래서일까? 집에 돌아간 후 그 훈남 소개팅남한테 온 메시지.'00(소개팅 주선 동기 오빠)한테 잘해주세요. 정말 괜찮은 친구랍니다'. 내 인생에서 소개팅을 한 횟수는 손가락 안에 꼽지만 역시 난 소개팅은 아니었나 보다. 여담이지만, 나를 마음에 두고 있던 그 소개팅 주선자 오빠, 나보다 일찍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내 결혼식엔 축하해주러 왔더라.



주말, 멋진 취미생활을 시작해 볼까?

나같이 까다로운 차도녀가 주말에 자주 소개팅을 할 수는 없는 일. 새로운 취미를 찾고 싶었다. 주변 지인들을 보니 살사댄스 동호회, 사진 동호회, 영어 동호회 등 나름의 취미를 만드는 모습을 봤다. 살사댄스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고 사진은 왠지 고가의 카메라가 계속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만만한 영어동호회에 나갔다. 그랬더니 웬걸? 나와 같은 20~30대 직장인들이 꽤 많았지만 순수하게 영어를 배운다는 목적보다 같이 어울려 놀고 혹은 이성을 만나기 위해 모이는 모임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실제로 커플로 연결되어 결혼한 사례도 종종 있었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나랑 맞지 않다는 생각. 영어를 공부할 거면 사설 학원에 가야 했나 보다. (동호회의 순기능도 많고 좋은 사람들도 많으니 오해는 마시길)


그러고 보니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플루트도 배우고 요리도 배웠다. 요리수업시간에는 대부분 결혼한 여성들이어서 싱글은, 게다가 20대는 나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어지간히 심심했었나 보다. 가끔 불러주는 회사 동기들 주말 피크닉이 반가울 정도였으니까.



주말, 밀린 잠이나 자자

'아이고, 속 터져.'

주말에 해가 중천에 떴는데 방에서 잠이나 자는 나를 보고 급기야 엄마가 한마디 하셨다.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과년한 딸이 짝도 없고 데이트도 안 하고 집 밖에 나갈 궁리를 안 하니 속이 상하셨나 보다. 그렇지만 딱히 스케줄 없는 주말에 밀린 잠을 실컷 보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주중에 열심히 살았으니까. 그리고 잠이 얼마나 몸과 맘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이건 육아를 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내 맘대로 푹 잘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거리인지 말이다.




다시 그 시절의 주말로 돌아간다면?


미안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내 주말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때 인스타그램이 있었으면 sns를 좀 더 활발히 했을까? 아, 체력만땅 시절이니 밤도깨비 여행 같은 해외여행을 좀 더 자주 다녔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누누이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블로그 혹은 일기장에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을 글로 남겨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20대 사회초년생의 나. 한없이 젊었고, 살짝 철이 없고, 시간은 내 편이었으며,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시기. 지나고 나니 나의 20대는 빛났었다. 인간은 간사해서 꼭 지나고 난 후 그 시절의 소중함을 깨닫더라. 나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지금의 나도 10년 후에 돌아보면 반짝반짝 빛났던 시기로 기억되길 기대하며.


모든 20대 싱글 직장인 들이여, 주말을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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