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쿠쌤 Aug 19. 2021

싱글 직장인, 사회에서 친구 만들기

사회에서 마음을 나눌 친구를 찾는 방법

잘 살고 있니? 생각나서 안부 전화했어.
코로나 때문에 자유로이 만나지도 못하고 해서.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 얼마만의 통화인지 먼저 연락해준 L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생겼다. L은 내가 20대 후반 시절 참여했던 '직장인 영어 스터디'모임에서 만난 친구로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는 각별한 존재다. 아직 싱글인 그녀는 넘치는 매력만큼이나 일도 열심히 해가며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연애도 꾸준히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먼저 결혼을 하고 인생의 스테이지가 달라져서 그 간 10년간의 각자의 삶이 참 많이도 변해온 듯하다.



'사회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한때 나도 이런 의문이 들었었다. 학창 시절에는 자연스레 그룹과 무리가 형성되었고 친한 친구가 생기기도 했으나 대학을 졸업하고부터는 인생의 변화가 급격해지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학교로, 또 어떤 이는 직장으로, 아니면 결혼을 하거나 다른 먼 곳으로 가버리거나 하면서 말이다. 물론 인생에서 정해진 룰이란 것은 없지만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이 참 다이내믹해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좀 더 살아보니 친구란 꼭 동갑 즉 나이가 같아야 하는 것도 아니더라. 긴 인생에서 (지금은 100세 시대 아닌가)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을 종종 만나왔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것 같다.


첫 직장 입사와 퇴사, 그 후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나는 어느덧 20대 후반이었다. (퇴사 후 해외유학에 대해서는,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 퇴사 이유와 유학 결심'을 참고하시길)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내가 20대 후반이던 시절만 해도 여자 나이가 30을 넘기면 주변에서 엄청난 관심과 걱정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들은 노파심이 있으시니 탓을 할 수는 없지만. 곱게 키워놨더니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 유학을 다녀오지를 않나, 나이가 30이 가까워오는데 결혼 생각은커녕 연애도 안 하고 그저 성실하게(?) 일만 하고 있으니, 부모님께서는 속이 좀 답답하셨나 보다. 나름 나도 사회적인 압박을 느끼며, 무척이나 내 짝을 찾고 싶었지만 뭐 인생이 계획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니 연애와 배우자 찾기에만 목을 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지만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취미가 같으면 친해지기 쉽더라니


직장인 동호회를 찾다가, 회사 근처 강남역 영어 스터디 모임을 알게 되었다. 요즘에야 시국이 이래서 온라인 비대면 스터디도 많지만 그 시절엔 옹기종기 그룹으로 모여 취미생활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하며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영어 스터디'이니 당연히 영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 혹은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성을 만나거나 영업을 하려는 의도로 오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속내가 빤히 보이니 거르면 적당히 거르면 된다. 이것도 하나의 사회생활에서 얻은 팁.


강남역 수요일 밤 8시.

어김없이 영어 스터디가 진행되었다. 장소도 전용 스터다 카페라서 꽤나 널찍했고 쾌적했으며 참여인원도 30~50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도 나이도 제각각이었고 싱글 직장인이 대부분이라 공통의 화제가 많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스터디 후에는 저녁식사와 술자리도 같이 했다. 제대로(?) 놀아본 적이 거의 없는 나는 수요일이 참 기다려지기도 했다. 스터디 후 친한 스터디 멤버와 나누는 시간이 일종의 힐링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저녁식사자리에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타고 집에 가기도 했다. 친한 멤버들끼리는 주말에 피크닉을 가기도 했다. 아직도 가을에 함께 갔던 상암동 하늘공원의 날씨와 기억이 생생하다. 벌써 10년 전 이야긴데 말이다.



사회에서 진짜 친구들을 만나다


스터디 부리더였던 한 살 위의 L은 예쁜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남다른 사교성으로 인기가 아주 많았다. 여자인 내가 봐도 매력 넘치던 그녀는 나와 많이 친해졌고 스터디 외에도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직장도 같은 강남 쪽이라 퇴근 후 얼굴 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주말에는 시간 내서  L과 나, 몇몇 멤버들이 스키장을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기도 했고 필리핀으로 여행을 같이 가기도 했다. 웬만한 학교 친구들보다 더 가깝게 지냈었다. 이 모임 회비가 연봉에 맞먹는다는 말을 누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자주 강렬하게 친해졌던 무리다. 참 L은 내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기도 했었는데.... 여담이지만 얼른 L이 짝을 찾기를 바란다.

 

내 결혼식 부케를 받은 L이 부케꽃으로 만든 선물. 결혼 100일을 축하한다며.


주변에서는 사회에서 이렇게 친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신기해하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체력도 좋던 20대였던 탓에 내 생전 그렇게 사람들과 신나게 어울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는 친구라는 이름의 인연.


물론 결혼을 하고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나도 결혼 후에는 영어 스터디에 나가기 힘들게 되었고 곧이어 출산과 이사가 겹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졌다. 그러나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아 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응원해 주면서.



난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인생의 각 단계마다 어울리는 무리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다. 결혼 전 친구들, 아이를 낳고 나니 보이는 무리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 지인들, 또 요즘 같은 때는 온라인 인맥들. 처음에는 사이가 자연스레 멀어지거나 소원해지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아쉽기만 했다. 마치 내 젊음과 추억이 희미해지는 것처럼.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 예전처럼 친구들과의 교제가 사뭇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또 새로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인연은 만들어지더라. 단 내가 진심을 전할 때. 코로나가 바꾼 일상이 참 많지만, 그중 하나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정리와 변화라고 생각한다. 진짜 내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느슨한 연대'라는 커뮤니티 정신. 느슨한 연대의 핵심은 현재를 함께하는 관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무튼 연락의 빈도보다는 서로에게 마음을 갖고 응원하며 진심을 다하는 친구. 그런 애티튜드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 나도 반기는 바고. 예전처럼 L을 자주 볼 수 없지만 그가 내 사람이라는 생각에 참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사한 하루다.


길지 않은 내 사회생활의 보상 같은 친구들.

어느 곳에 있던지 잘 살길. 그리고 가끔은 안부를 나눌 수 있길.






이전 05화 싱글 직장인의 흔한 주말 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