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고 있는 사막의 이미지이자 선입견이다. 아마도 사막을 직접 보지 못하고 영화에서 단편적으로 가져온 이미지의 조합인 듯하다. 이렇듯 사막은 내게,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자 일상과는 멀게만 느껴지는 비현실적인 곳이었다. 멀고 먼 아프리카 대륙에 가서 사막을 볼 기회가 언젠가 오려나 하는 생각만 했었더랬다. (진심으로 사막은 아프리카와 중동에만 있는 줄 알았다)
드디어 사막에 갔다
시드니에 와서 지내면서도 한동안 몰랐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사막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시드니 동부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약 200km, 그러니까 차로 2시간 30분 정도 달려가면 포트스테판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곳은 뉴사우스웨일스주(시드니가 속해있음)에 자리한 예쁜 항구도시로 수많은 해변과 하얀 모래사막이 장관이다. 약 40km에 이르는 26개의 해변과 바다 가까이에 있는 사막지대는 독특하다 못해 가히 환상적이다. 보통 호주의 사막은 내륙지방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볼 수 있지만, 포트스테판은 좀 특별하게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막에서 모래썰매 타봤니?
사막 자체도 충분히 생경하며 매력 넘치는데, 샌드 보드라니!
이번에도 멋모르고 친구 따라 강남 간 격으로 포트스테판에 도착했다. 셰어하우스에 같이 살고 있는 호주 교포 친구의 권유였다. 그 친구는 영어학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학 연수생들을 위해 주말에는 시드니 근교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운영해 떠나기도 했다. 참고로 그 영어학원에는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많았다. 그 친구는 포트스테판이 굉장히 독특한 곳이라며 시드니에만 콕 박혀있는 나에게 같이 가길 권유했다. 물론 시드니에도 즐기고 보고 맛볼 것이 넘쳐나는 곳이었지만 난 여기에 거주하고 있으니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호주를 더욱더 즐기는 법에 대해서는, '호주 유학생이 말하는 호주 즐기는 법'을 참고하시길)
차를 타다가 좀 지루하다 싶은 생각이 들 때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와우! 진짜 사막이다. 그것도 해변 바로 옆에 있는 사막이라니. 게다가 4WD를 타고 사막 안으로 좀 더 들어가서 샌드 보드를 탄단다. 사전 정보 전혀 없이 그저 따라온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경사가 한 60~70도 될까? 그 높은 모래 언덕에서 각자 보드를 타고 쭉 내려간다. 세상에 이렇게 신나는 체험이 있을까? 놀이기구를 타는 듯 짜릿함은 덤이다. 횟수 제한 없이 몇 번이고 보드를 들고 다시 언덕 위로 올라가서 내려올 수 있었다.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까지 말이다. 눈부신 새하얀 모래와 그늘이 없는 사막의 특성상 눈이 부시니 선글라스는 필수였다. 참, 선크림도 수시로 꼭 발라줘야 했다.
머리카락은 물론 입속까지 모래가 들어가는 건 괘념치 않았다. 모래썰매를 타고난 후 며칠간은 옷을 빨아도 계속 모래가 계속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만.
일상을 여행처럼 할 수 있을까?
시드니라는 대도시 근교에 이런 특별한 곳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비록 내가 오랫동안 맘속에 품고 있던 사하라 사막 같은 이미지의 거대하고 광활한 사막은 아니었지만 이런 친근하고 재미난 액티비티까지 즐길 수 있는 사막이라니 나쁘지 않다. 더욱이 근처 해변에서는 크루즈를 타며 운 좋으면 돌고래 떼도 만날 수 있다. 다음번에 가면 꼭 제대로 더 사막을 즐기고 오리라 다짐해본다.
여하튼 호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임에만은 틀림없는 나라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정형화되고 정신없이 바쁜 한국에서의 일상에 좀 지쳐 갈 때쯤, 호주에서의 시간이 불쑥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