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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r 30. 2022

시드니와 옥천의 봄, 랜선으로 추억하다

당신께 봄맞이 랜선 여행을 추천합니다

봄이 다시 왔다


참으로 성실한 자연과 계절 덕분에 봄이 다시 왔다. 나이가 한 살 더 먹어서일까? 코끝을 살랑이는 바람마저 상쾌하며 한없이 두근거린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까지. 그래서 봄을 가리켜 만물이 소생하는 으뜸가는 계절이라고들 하나보다.


날씨도 점점 따뜻해지겠다, 겨우내 잔뜩 웅크렸던 몸도 풀 겸, 팬데믹으로 그 기회조차 흔치 않던 여행을 떠올려 본다. 아직은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긴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에겐 랜선 여행이라는 기가 막힌 대안이 있지 않은가.


실망했다고? 랜선으로나마 여행지의 정취와 분위기를 맛보는 것 또한 요즘 시대의 적절한 여행 방법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참고로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jtbc '톡파원 25시'라는 것이 있는데, 각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일반인 특파원이 본인이 거주하는 나라와 지역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다. 시청자 중 한 사람으로서, '본격 여행 계획 조장 프로그램'이라 칭해본다.



갑자기 시드니, 그리고 옥천?


봄맞이 랜선 여행이라, 낯설지만 반가운 주제다. 그런데 갑자기 왠 시드니와 또 옥천이냐 물으신다면, 내가 살아온 지역을 떠나 가장 오래 거주했던 두 곳이기 때문이며, 더하여 지금도 그리운 아름다운 자연과 날씨를 즐길 수 있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날씨가 다하던 시드니의 봄


알다시피 호주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이다. 개인적으로 여기에는 온화한 기후와 눈부신 날씨가 한몫한다고 본다. 유학생이 되어 호주 시드니에 도착했을 때의 그 찬란한 광경(?)은 지금도 굉장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호주 유학 첫날, 시드니에서'를 참고하시길) 시드니 곳곳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각종 꽃들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여담이지만 시드니에 살면서 소금기 가득 담은 '짠내'는 거의 맡아보질 못했고 오히려 상쾌한 바닷바람이 가득했다. 미스터리다)


따뜻한 봄날, 로컬카페 바리스타가 전해주는 아로마 가득한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봄을 느끼며 시드니 공원 곳곳을 산책하는 즐거움이란, 이방인이었던 내가 누릴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특히 '로열 보타닉 가든'에 가면 다채로운 꽃과 나무의 향연을 볼 수 있다. 관리가 매우 잘되어 있으며 수 천 종의 식물이 있는데 호주의 벚꽃이라 불리는 보라색 자카렌다 꽃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참고로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가을에 해당하는 9월부터 11월까지가 봄이다. 연중 온화한 기온을 자랑하는 시드니이지만, 실내 난방이 잘 안 되기 때문에 겨울은 으슬으슬 춥다. 그런 겨울을 나고 맞이하는 봄은 격하게 반가울 따름이었다.


시드니 로열 보타닉 가든 (출처: https://www.rbgsyd.nsw.gov.au/)



인생 벚꽃을 만났던 충북 옥천


벚꽃 명소는 여의도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벚꽃을 제대로 구경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유명한 스폿은 서울에도 있지만 대도시 명성답게 봄나들이 인파도 어딜 가나 많으니 봄의 정취를 느낀다기보다 실컷 사람 구경하다 오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랬다.


그러다 만난, 내 인생의 벚꽃. 바로 충북 옥천에서였다. 옥천 집에서 차로 5분에서 10분 정도 갔을까? 옥천 구읍에서 대청호까지 이어지는 37번 국도의 흐드러지게 핀, 한창 절정일 때의 벚꽃은 말 그대로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서울촌놈(?)인 나와 남편은 연신 카메라 담기 바빴지만, 실제로 보는 감흥을 다 담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봄비라도 심하게 내리던 날이면, 그 예쁜 벚꽃이 모두 떨어져 버렸을까 봐 조바심을 내며 다음날 다시 그곳으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했다.


이렇게 멋진 자연이 지천에 널려있기에 정작 옥천 현지 사람들은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나에겐 그마저도 생경했었다. (옥천의 근사한 자연이 포함된 시골생활의 장점에 대한 내용은 '시골 사람들은 정작 잘 모르는 시골살이의 좋은 점'을 참고하시길)


그러고 보니 주말에는 대전, 청주 등지에서 옥천 벚꽃을 즐기러 관광객이 몰려오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시골에서는 드문 교통체증이 살짝 있기도 했고, 좁디 좁은 국도 갓길에 차를 잠시 정차하고 사진을 남기는 인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옥천의 흔한 벚꽃길


떠나고 싶으면 떠나면 그만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어리고 단순한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여러 이유와 상황 때문에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도 예상보다 많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누가 이런 팬데믹이 이리 지루하게 갈 줄 예상이나 했을까?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동안 조여있던 여행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 대열에 동참을 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 여행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본다.


봄의 추억 되새기기를 하면서.





사진출처: 로열 보타닉 가든 웹사이트,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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