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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an 10. 2023

여름 없이 겨울만 네 번째 맞이한 이야기

남반구와 북반구의 겨울만 맛보다

Spring Collection

시드니의 한 미술관입구에 비치된 카탈로그를 집어드니 눈에 들어온 문구다. 호주인들이 여유롭다는 건 알았지만 지금이 10월인데 이건 봄 컬렉션을 아직도 우려먹다니(?)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볼맨소리가 나올 때쯤 알아차린 사실 하나.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였지!


호주는 남반구다


호주는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한국과는 달리 남반구에 위치한 점 또한 색다른 특징으로 다가온다. 남반구라는 사실 하나로 인해 의외로 많은 부분의 매력을 더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라 하겠다. 추운 한국의 겨울에, 한여름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호주로 많이 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워낙 큰 대륙이라 호주의 날씨를 단정 지어 말하진 못하겠으나, 내가 있었던 시드니의 경우, 날씨를 논하지 않고 말할 수 없는 곳 중 하나다. 시드니는 겨울이 매우 따뜻해서 눈을 보는 일이 거의 없는 곳으로 분류상,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고 한다. 위도상으로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비슷하나 실제로는 제주도 보다 훨씬 따뜻하다. 더하여, 1년 중 300일 이상이 맑은 날씨이기 때문에 날씨 때문에 여행 중 실망할 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따뜻한 겨울로 인해 실내 난방시설이 없는 곳이 많아서 오히려 유학생들은 겨울에 추위와 감기를 호소하는 편이다.


여담이지만 경험에 비추어, 시드니로 가는 유학생들에게 전기장판을 꼭 챙기라고 강력히 권하는 바다.



뚜렷한 사계절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것


우리나라의 자랑 중 하나를 '뚜렷한 사계절'이라고 한다. 가수 정수라 씨의 대표곡 '아 대한민국'이란 노래를 보면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이란 가사가 있을 정도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나와 같은 사람들은 사계절이 매우 익숙하고 우리나라 날씨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해외에 조금 거주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한여름엔 찌는듯한 무더위와 습도를 견뎌야 하는 한국의 여름과 한겨울엔 시베리아에 있는 듯 한강마저도 얼려버리는 강추위를 우리는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겪어내어 왔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일들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란 것을.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유럽국가나 내가 머물던 호주 시드니에도 사계절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격차가 심하지 않다. 한여름에도 습도가 그리 높지 않아 견딜만한 여름날씨에, 겨울에는 한낮에는 샌들을 신어도 될 정도의 온화함이 묻어난다. 계절이나 기후로 보면 한국은 극을 달리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나도 시드니에 거주하기 전까진 알지 못했던 사실이긴 했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겨울만 차례로 네 번 겪다


호주의 학기는 보통 7월 중순에서 말에 시작한다. 그렇다 남반구인 호주는 7월이 겨울이다. 그렇다고 매섭지는 않다. 서울의 혹독한 겨울을 그동안 겪어와서 오히려 온화한 겨울날씨에 놀랐던 기억이다. 다만 타지에서 혼자라는 외로움과 낯선 곳에서의 적응 때문에 더 춥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름 고군분투하며 적응했던 한 학기를 마치고 11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긴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잠시라도 집에 가고 싶어 방학 동안 한국에 들어갔다. 서울에 도착하니 바람 끝이 다르다. 이제야 기억났다. 서울의 겨울, 그리고 동장군.


그리고 시작된 호주에서의 3월 새 학기. 상쾌한 가을 날씨를 즐기고 나니 또다시 7월 겨울이다. 호주의 온화한 겨울을 지나고 다시 맞은 초겨울인 11월에 한국으로 돌아간 나.

복잡하게 들리지만 요약하면, 내가 맞는 겨울, 여름 없이 연속으로 네 번째다. 시원한 에어컨을 쐬며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어본지가 1년은 족히 넘었다는 뜻도 된다.


하긴, 적도 근처 열대지방이나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일 년 내내 같은 계절일 텐데 생색일 수도 있겠다.  가지 위로가 되는 점이 있다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보다는 겨울에 크리스마스가 더 분위기 있더라. 



절을 좀 더 색다르게 지내는 방법


겨울이라고 다 같지 않고, 여름도 지역마다 특별하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기후와 지역 특성도 다양하더라 문화에 따라 계절을 맞이하는 법도 다르니까.


그래서 더더욱 여름의 호주와 겨울의 호주를 추천하는 바다. 북방구인 우리와는 계절이 전혀 반대니까. 그리고 여름이건 겨울이건 온화한 기후 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여행을 끝난 후 돌아온 한국의 풍경은 오히려 새롭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을 거라는 나의 확신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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