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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ul 02. 2021

시골 사람들은 정작 잘 모르는 시골살이의 좋은 점

뻔하지만 공감 가는 시골살이 장점 몇 가지

비자발적 시골살이를 통해 나는...

줄곧 도시에서만 살던 내가 성인이 되어, 그것도 어린아이들과 함께 시골살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물론 자발적인 결정은 아니었으나, 2년 반 동안의 시골생활을 통해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넓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면, 시골살이에 대한 장단점을 도시에서만 혹은 시골에서만 살아온 사람보다는 좀 명확히 알게 된 것 같다. (비자발적 시골살이의 시작에 대해서는 '향수의 고장, 옥천을 아시나요?' 글을 참고하시길)



시골살이? 그게 그렇게 좋아?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럼요.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데요.'라고 답하겠다. 최신 정보와 문화가 점차 도시에서 지방으로 점차 점차 퍼지던 그 옛날이야기 속 시골은 이제 대한민국에 없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물리적인 한계와 시차가 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지금의 시골은 예전의 시골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참, 약 2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시골, 그중에서도 비교적 교통이 편했던 읍내에 '거주해 본' 사람의 입장이라는 것도 고려해 달라 말하고 싶다.



너무나 당연하고 뻔해서 정작 시골 사람들은 잘 모르는 시골살이의 장점 몇 가지

감히 시골에 겨우 얼마간 살아 본 도시 이방인이 바라본 시골살이. 정작 시골사람들에겐 너무나 익숙해서 장점인 줄 몰랐던 이야기. 뻔해도 공감이 간다면 고개를 끄덕이면 될 일이다.


집 근처 산책 클라쓰


1. 자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일상

시작부터 뻔하다고? 그러나 너무나 극명한 사실이기에 가장 먼저 기술했다. 도시와 시골의 차이를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시각적인 부분이니까. 서울에 살 때 하늘을 올려다본 것이 몇 번이나 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빽빽한 빌딩 숲(그러고 보니 숲은 숲이로세)에 가려 조각난 하늘의 매력을, 바쁜 일상 속에서 쳐다볼 여유나 있었을까 싶다. 낮은 건물과 산이 주를 이루는 내가 거주했던 시골은 시야에 하늘이 더 자주 그리고 더 잘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또, 시골에는 연결된 실내 공간이 별로 없다. 도시에서는 마트, 백화점, 건물, 지하철 등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적도 많은데 시골은 다르다. 덩그런 건물 하나만 있는 곳도 많아서 비가 오면 피할 곳이 마땅치 않고 주차장은 허허벌판에 365일 야외에 세워놓은 자동차는 자연에 그대로 노출되어 금세 더러워지곤 했다.


그러나 차로 5분만 가면 눈앞에 펼쳐지는 초록의 향연이란! 어느새 자연 속에 풍덩 빠져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조금만 한적한 곳에 있는 카페에 가도 커피를 마시며 자연이 주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옥천에는 대청호를 낀 뷰가 예쁜 카페가 꽤 많이 있는데 근처 다른 지역 사람들의 명소가 되어 주말에는 북적거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놀랐던 장소는 옥천의 명소 '장계관광지'! 대청호와 어우러진 산이 병풍처럼 눈앞에 쫙 펼쳐지는데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기막힌 장관이었다. 그 절경을 처음 본 순간 '우와~'를 남발하며 한동안 멍하니 그 풍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남편과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작년에 서울로 다시 오기 직전에 방문했었는데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보지 못하고 온 아쉬운 기억이 있다.

장계 관광지.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담기 힘들 정도다


정작 옥천에 사는 지인들은 그런 풍경이 너무나 익숙한 듯 보였다. 내가 멋진 자연에 대해 극찬을 하니 '그래. 예쁘지' 라며 당연한 듯 답하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 혼자 호들갑 떠는 서울 촌사람이 되었더랬다. 서울에서 잠시 일을 하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한 옥천 지인은, 서울살이가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건물과 벽밖에 보이지 않는 환경'이라고 하며, 30년간 푸른 자연과 대청호를 늘 볼 수 있었고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서울에 가보니 가장 생각이 나더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 아름다운 자연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광객을 충분히 유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행정적인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익숙함에 갇혀 소중함을 알리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나도 거기에 계속해서 살았다면 그들처럼 자연에 별 감흥이 없었을까? 아무튼 시골 사람들에겐 호들갑 떠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감탄', 나는 지금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오버해서 말이다.

옥천의 흔한 카페뷰. 음료 말고 창 밖을 보시라


2. 산지에서 저렴히 먹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지역 맘 카페에 과일이나 채소 판매글이 종종 올라왔다. 명절이 가까울 무렵엔 더 자주. 그날의 판매 상품은 '사과'였다. 게시물에 올라온 연락처로 아침에 문의를 하고 주문을 했더니 오후에 집으로 직접 배송해 주었다. '오늘 아침에 딴 거예요. 비가 와서 물이 좀 묻었네요'라는 말과 함께. 속으로 많이 놀랐다, 어쩌면 충격을 받았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 서울에선 전혀 본 적 없는 오늘 아침에 바로 딴 사과. 사과뿐만이 아니다. 내가 살던 옥천은 포도와 복숭아, 감자, 옥수수도 유명하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었다. 이맘때쯤(7월~8월)엔 '옥천 포도 복숭아 축제'가 크게 열려서 행사도 구경하고 직접 과일도 살 수 있었다. 날이 한창 더울 때 열리는 이벤트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남편은 아직도 옥천에서 먹던 옥수수 맛을 잊지 못한다. 초여름부터 늦으면 10월 초까지 직접 쪄서 집 근처에서 팔던 옥수수인데 우리 가족 최고의 간식이었다. 옥수수를 즐겨하지 않는 나도 가끔 생각날 정도다. 참, 과일계의 핫한 '샤인머스켓'도 옥천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었다. 여러모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저렴한 값에 실컷 먹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서울 가면 이 맛있고 싱싱한 과일과 채소가 그리워서 어쩌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반전이다. 서울에서 사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좀 비싼 것을 사면 되더라. 이래서 온갖 귀한 것은 서울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나 보다.


옥천의 명물, 포도와 복숭아 (출처: 옥천군청 블로그)


3. 찾아보면 쏠쏠한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가지 지원

시골은 너 나할 것 없이 '인구감소'가 최대 이슈다. 계속 줄어드는 인구 때문에 시골로 갈수록 출산과 관련한 혜택도 크다. 참고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구 5만 명은 국가보조금이나 행정조직 규모를 정하는 주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에 '인구 5만 명'을 지켜내려는 노력이 대대적으로 이뤄진다. 출산장려뿐 아니라 전입 장려 정책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또한, 청년인구를 늘리기 위해 청년층 전. 월세 대출이자를 지원해준다거나, 청년 창업 소상공인 임차료 등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청년의 정의가 각 지자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러한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를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다른 혜택도 쏠쏠한 내용이 많다. 개인적으로 놀란 점은  지자체의 평생학습 시스템이 생각보다 잘 갖춰졌다는 것이다. 도시에서야 인구도 워낙 많고 필요한 경우 개인이 알아서 사설기관이나 학원을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골은 이런 교육을 무척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실례로 옥천군에서는 강사비를 지원해주거나 최소한의 금액을 내면 원하는 강좌를 들을 수 있기도 했다. 강좌도 요리, 도예, 사진, 어학, 음악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나도 유아를 위한 프로그램, 즉 도시에서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들을 수 있을법한 수업을 재료비 만원만 부담하고 3개월간 이용하기도 했다.

여름철, 대형 물놀이장도 지자체에서 지원해서 이용했다


서울에 살면서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나 혜택에 관심조차 가진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인구가 적은 시골일수록 이런 쏠쏠한 혜택을 이용할 기회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지방자치단체의 이런 지원 예산은 정해져 있고, 누군가는 분명히 혜택을 받을 것이라면 좀 더 부지런하고 준비된 사람 충분히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다시 시골에서 살 계획은 없지만 말이다.



4.  초보운전도 어렵지 않은 시골 운전

다른 것에 비해 유독 운전이 취약하다. 겁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 그래서 서울에서는 장롱면허로 지내왔었다. 그러나 지역 특성상, 그리고 아이들을 케어해야 하니 시골에서는 운전이 필수가 되어 버렸다. 별수 없이 운전을 시작했고 익숙해졌다. 그런데 별로 어렵지 않았다. 도시에서처럼 차가 많지도 않고 주차하는데 별 어려움도 없었고 그다지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다. 도로포장상태도 요즘엔 도시만큼 좋다. 이러한 환경 때문인지 내 맘대로 운전하고 주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혀 막힐 곳이 아닌데 길이 막혀있어서 앞을 보니 운전하다 지인을 만나서 도로에 아무렇게나 차를 정차하고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누가 봐도 여긴 주차하면 안 될 것 같은 곳에 떡하니 주차를 해놓기도 하다. 나쁘게 말하면 무법이 많아 군청에 민원이라도 넣어야 하나 했지만 시골살이니 너무 빡빡하지 않으려 했다. 아무튼 도시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운전의 여러 행태들을 구경했었다. 서울에서의 운전은 어떠냐고? 끼어들기 교통혼잡이 많아서 아예 강남 쪽에 나갈 땐 거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텅 빈 도로 위를 쌩쌩 달리던 시골의 그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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