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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un 07. 2021

서울댁의 나만 알고싶은 시골 카페 4곳

커피가 힐링이던 도시 이방인의 충북 옥천 카페 열전

커피를 무척 좋아한다.

커피 애호가 수준은 아니지만 커피에 대한 관심으로 어쩌다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따기도 했으니까. 물론 카페를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커피에 대한 순수한 마음인 걸로. 새로운 동네에 가게 되면 프랜차이즈 매장보다는 로컬 카페를 선호한다. 그 카페에서만 마실 수 있는 커피, 분위기, 낭만을 추구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일 수도 있겠다.



충북 옥천에서 지낸 2년 반 동안 나의 참새 방앗간이자 낯선 이방인에게 힐링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던 카페 4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은 동네 옥천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프랜차이즈 카페도 꽤 포진해 있었으나 주로 로컬 카페를 다녔다. 카페 탐방을 워낙 좋아하고 자주 가서 나의 카페 리스트는 많지만, 나름의 작업을 통해 총 4곳을 엄선(?)하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하시길.



1. 카페 블랑

갤러리같은 쾌적한 내부와 맛있는 커피, 그리고 친절한 그 곳


우리 가족 공식 참새방앗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방문했던 단골 카페. 다니던 교회 근처라서 주일예배가 끝나면 으레 이곳으로 오곤 했다. 아이들도 당연히 예배 후에는 블랑에 가는 줄 알았다. 그만큼 친근하고 나에겐 의미 깊은 곳이다. 평범한 카페 외관과는 달리, 마치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카페 내부는 무척 쾌적하며 무엇보다 커피맛이 근사하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친절한 사장님의 배려로 늘 맘 편히 머물다 간 그곳. 1시간 남짓한 남편의 평일 점심시간에 무작정 이곳에 달려와서 커피와 베이커리로 끼니를 때우며 감질난(?) 부부 데이트를 했던 곳.


쾌적하고 깔끔한 카페 내부

봄이 되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인생 벚꽃을 볼 수 있는 옥천의 명소 37번 국도와 가까워서 상춘객들의 통행이 잦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커피를 사서 교동 저수지길을 걸으며 아이들과 산책했던 기억도 난다.

자연경관이 가히 예술적인 옥천에 다른 멋진 카페들도 많이 있지만 옥천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들리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 아지트



2. 카페 호반 풍경

옥천 대표 뷰맛집 카페


인터넷에서 옥천 카페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곳 중 하나이다. '풍경 맛집'이라는 별칭답게 인스타 명소로도 유명해서 주말에는 그 한적한 시골 국도 변에 주차대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옥천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멋진 경치를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멋진 카페 호반 풍경. 부지런한 주인장은 펜션도 같이 운영을 하고 있다. 3층 루프탑 뷰가 환상적이지만 아이들과 같이 갔던 나는 늘 1층 구석자리에 앉아 서둘러 커피를 마시고  후딱 일어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가면 조금은 나아졌으려나? 눈에 담고만 싶은 멋진 대청호 뷰와 산세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탁 트인 대청호뷰가 일품
눈이 호강하는 곳 (출처: 호반풍경 인스타그램)

3. 카페 향수 정원

정지용생가를 둘러보며 베이커리까지


옥천의 대표적 명소 '정지용 생가' 바로 앞에 위치한 아담한 카페이다. 지금의 '향수 옥천'이라는 명칭을 있게 한 시인 정지용의 대표작 향수, 그리고 그 정지용 생가 앞에 있는 '카페 향수 정원'. 주말이면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을 찾은 대형 관광버스와 자전거 동호회가 끊임없이 지나치던 곳. (관광객은 많지만, 카페가 작아서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곳은 커피도 괜찮지만 베이커리류가 아주 맛있다. 김포에서 부모님과 함께 귀촌한 젊은 아가씨 사장님의 야무진 솜씨가 그대로 들어간 스콘과 마들렌은 구하기 어려워서 보이는 족족 싹 쓸어올 정도였으니까. 



뭐니뭐니해도, 이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초가집 뷰'가 일품이다. (이 초가집의 정체는 바로 옆 정지용 생가다)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초가집을 이곳에서 실컷 보며 들어가 볼 수도 있으니 생소하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태양볕이 무척 뜨겁던 날엔 향수 정원 카페 앞마당을 돌며 개미를 찾고 술래잡기를 하던 아이들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혹시라도 넘어질까 노심초사 뒤 따라다니던 나와 남편의 모습이 이 카페와 겹쳐 보인다. 서울에 돌아오기 전 가장 자주 갔던 카페라 더 기억에 생생하다.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까지




4. 미스터 브루쓰

옥천만의 특별한 핸드드립을 맛보려면


처음 갔을 때부터 '옥천에 이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졌던 곳으로 옥천 구읍 골목에 위치한 당시 신상 핫한 카페다. 근사한 외관과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이곳은 오픈하자마자 옥천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미스터브루쓰란 카페 이름처럼 커피 내리는 남자 사장님이 오픈바에서 커피를 내려 서빙해주신다. 참, 이곳에 아메리카노는 없고 대신 사장님이 엄선하여 내린 핸드드립을 맛볼 수 있는데 이름도 재미난 '옥천 블랜딩', '향수 블랜딩'이 있었다. 직접 가꾼 정원과 고즈넉한 구읍의 멋스런 풍경을 통유리를 통해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 육아에 지친 날, 잠깐의 밤 외출을 허락해준 남편의 배려가 있는 날이면 이곳으로 달려와 거품 가득 카푸치노를 음미하며 노래를 듣다 가곤 했다. 그 음악과 그 카페의 분위기 그리고 커피.. 잠시였지만 나에겐 힐링이었다.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웠던 작년 초봄. 혼자만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나홀로 야밤커피를 즐긴 한때, 그리고 미스터브루쓰 외관(출처: 미스터부르쓰 인스타그램)



공교롭게도 옥천의 구읍 쪽 카페들만 엄선이 되었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동네 분위기와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멋진 곳에 있어서 그런 면이 내게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옥천을 떠나온 지 1년이 넘었다. 그간 새로운 카페가 더 많이 생겼다는 정보가 있지만 위의 4곳의 카페들은 여전히 잘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커피를 마시며 옥천 친구들에게 연락 한번 해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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