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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an 24. 2022

대단한 며느리, 더 대단한 시어머니

성경 속 룻과 나오미

참 특이한 그 시어머니 그리고 그 며느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참 어렵다. 오죽하면 '시어머니는 설탕으로 만들어도 쓰다'라는 몽골 속담이 있을까. 그러나 여기, 보통이 아닌 시어머니와 며느리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구약성경 룻기(Ruth)에 말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니며 성경 속 이야기를 주워들은(?) 이력이 있기에 '룻과 나오미'의 존재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배경을 가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인지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룻기'를 아시나요?


3000년도 더 된 오래된 옛날이야기. 룻기에 대해 간략히 말한다면 '이스라엘의 어두웠던 시기인 사사시대에 있었던 아름다 부부의 사랑이야기'다. 기독교적인 교훈과 묵상해 볼 내용도 많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를 중심으로 간략히 글을 풀어봤다.


원래 유다 땅에 살던 엘리멜렉과 그의 아내 나오미, 그리고 두 아들이 흉년으로 인해 모압 땅으로 이주하였다. 그곳에서 나오미의 아들들은 모두 모압 여인들과 결혼한다. 불행히도 남편(엘리멜렉)이 먼저 세상을 뜨고, 두 아들마저 죽게 된다. 졸지에 과부가 된 나오미는 고향인 이스라엘로 돌아가려 한다. 며느리 오르바는 모압에 남기로 하지만 다른 며느리 룻은 나오미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떠나 시어머니를 섬기며 살았다. 후에 룻은 시아버지 엘리멜렉의 친척인 보아스의 아내가 되었고, 그 후손 중에서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다윗왕이 나왔다. 짧지만 완벽한 서사가 있는 룻기, 영화 같은 스토리다. 그래서인지 문학이나 회화의 단골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시어머니 나오미를 감동시킨 며느리 룻의 고백


시어머니 나오미부터 살펴보자. 남편 엘리멜렉은 이스라엘 땅에 흉년이 들자 가족들을 데리고 풍요로운 모압으로 이주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 모압은 역사적으로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관계인, 다신교를 믿는 이방이었다. 특히 그모스에게 아이를 바치는 끔찍한 인신 제사를 행하기도 했다. 엘리멜렉은 흉년이라는 경제적이며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영적인 우선순위를 놓치고 마는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함께 예배할 공동체, 지금으로 치면 교회도 예배도 없는 곳으로의 이동을 강행하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그의 아들들도 그곳의 여인들과 결혼을 하게 되고 비참하게도 10년 동안 세 남자들이 세상을 떠난다.


이때 나오미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좀 더 잘 살아보겠다고 타국에 왔다가 가족들이 모두 죽고 빈털터리가 된 비참한 현실이니. 지금도 과부로 사는 것이 어려운데 이 시대엔 어땠을까 상상조차 잘 되지 않는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딸린 며느리만 둘이다. 내가 나오미였어도 아직  젊은 두 며느리를 각자의 집으로 돌려보냈을 것 같다.


그러나 둘째 며느리 룻은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고백을 하며 나오미와 함께 이스라엘로 돌아오게 된다.


솔직히 나는 시어머니가 처음 권했던 대로  못 이기는 척 친정으로 돌아갔을 것 같다. 아무리 나를 딸처럼 여겨도 진짜 딸은 아니니까. 게다가 종교와 풍습이 다른 낯선 곳, 내 민족에 적대적인 사람들이 가득한 나라에서 무슨 험한 꼴을 당할 줄 알고! (인정한다. 나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룻의 결단과 실행은 대단히 높이 살만 하다.



며느리 룻, 그녀의 러브스토리


시어머니의 나라와 종교를 택한 이방 며느리 . 가난한 그들은 시아버지 엘리멜렉의 친척인 보아스의 밭에서 이삭을 주워 연명한다. 보아스는 영향력 있고 덕망 있는 당시 '엄친아'였고 나오미 집안의 형편과 처지를 알고 룻을 배려한다. 그리고 시어머니 나오미는 룻이 보아스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보아스는 기꺼이 '기업 무를 자'(쉽게 말해 친족 구제자)가 되어 룻과 결혼하고, 룻은 이방 여인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이름이 올라가는 영광을 얻게 된다.


여기서 잠깐. 당시 관습인 '기업 무를 자'를 이해하고 넘어가 보자.

'기업 무를 자'란 형제나 가까운 친족이 어려움을 당할 때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고엘이라고도 한다. 룻은 보아스의 기업 무를 자의 역할을 하고 형제의 대를 이어준 사람인 것이다. 주로 아래와 같은 도움을 주었다.
- 형제가 가난해서 땅을 팔 경우 가까운 형제나 친족이 사야 했음
- 형제가 종으로 팔려갔을 경우 값을 지불하고 종의 자리에서 구출해야 할 의무
- 친족이 후사 없이 죽었을 때 미망인과 결혼하여 대를 이어가게 함

고통스러운 세월을 살았지만 믿음의 땅으로 돌아와 하나님을 섬기던 나오미는 '기업 무를 자'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상상을 초월하는 '며느리 재혼시키기 프로젝트'를 지휘하게 된다. 며느리의 결혼을 돕는 시어머니라!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심성 착하며 믿음 좋은 과부 며느리 룻을 위해서 그리고 가문을 위해서.

참으로 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다!



혼란하고 어두웠던 사사시대에 이토록 마음씨 착하고 덕망 있는 룻과 보아스라니. 개인적으로 놀랍고 반갑기 그지없다. 은 다윗왕의 할아버지가 될 오벳이라는 아들을 낳게 된다. 주변으로부터 '일곱 아들보다 귀한 나오미의 며느리'라는 칭송을 받은 룻. 이렇듯 룻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나오미와 룻. 두 여인의 드라마틱하고도 특별한 이야기가 한동안 계속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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