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성 Mar 12. 2024

하늘로간 고양이 달과 별(2)

수술 후, 길고 긴 터널을 꾸역꾸역 벗어나 사회로 나온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해 독립 했다. 그리고 1년 후, 엄마한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가 생겼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였던 관계로 자주 엄마가 아이를 봐주셨는데, 종종 천식과 비슷한 증상들이 이유 없이 아이에게 나타나서 근처 병원들을 자주 들락날락 했었다. 그러다 소개를 받아 나름 유명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봤는데, 충격적이게도 원인은 고양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그래서 다른 검사들을 추가로 했고, 여러 수치가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 소견을 듣고,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엄마의 노년 생활에서 고양이가 이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입장인데 어떻게 말을 전 해야 할지 무척이나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결국 판단은 엄마가 하실 테고, 검사 결과는 궁금하실 테니 전달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서 있는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말 못 하는 동물이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넘치게 교감하고, 충분히 위로받으셨을 텐데 속상함을 이루 말도 못 하셨을 것 같다. 나중에 알았지만 며칠을 고민하면서 우셨다고 했다. 나도 아내와 같이 오래도록 생각했는데, 엄마는 얼마나 복잡하셨을지 어림잡아 짐작만 해볼 뿐이었다.     


결국, 주위에 다른 지인분께 고양이를 맡기셨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행히도 종종 캑캑거리고 이유 없는 콧물이 흐르던 증상이 거짓말처럼 좋아졌다. 그러자 엄마도 안도하시며 그동안 벌어졌던 일들과 본인이 힘들게 내렸던 결단들을 납득하셨다.      




고양이가 엄마 품을 떠난 지 약 6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그리고 아이가 딱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마구 뛰어다닐 정도의 시기가 되었을 때, 키우던 고양이 ‘달이와 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지인분께 전해 들으셨다. 


평생 가슴에 묻을 녀석들이 더 느셨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고마운 녀석들이다. 힘든 시기에 엄마 곁에서 온갖 애교를 부리며 곁을 맴돌았고, 목숨같이 소중한 손주가 태어났을 땐 무심히 그 곁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가끔 얼굴 보러 들렀을 때도 마치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처럼 우리가 덜 속상하도록 그저 바라만 보아주었다.     


나는 따뜻하게 한 번도 안아주지 못했기에 가끔 미안함에 떠오른다.

사람보다 더 속 깊은 친구들이었다. 큰 눈과 작은 입을 가지고, 조금 산만하거나 부산스러울지언정 사납거나 수다스럽지 않게 누군가에게 큰 위로와 의지가 되어주었던 녀석들이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그러니, '반려(伴侶)' 라는 의미는 쉽게, 가볍게, 책임없이 쓰일 만한 단어가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로간 고양이 달과 별(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