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태어나는가
예전에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두 번째 자리가 태어난 지역에 의해 결정됐다. 나는 0번, 즉 서울시 출생의 아이였는데, 한 번도 내 '고향'을 의식한 적은 없다. 대신 학창 시절엔 가끔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넌 강남 출신이야, 강북 출신이야?"
이 질문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일단 서울 말고는 다른 곳에 사람이 산다는 생각이 아예 없는 발언이다. 게다가 강을 중심으로 상대의 환경을 가늠해 보려는 얕은 판단이 들어있다. 어릴 때 일이니 스스로의 편을 살짝 들어주자면 사실 그땐 서울 밖으로 관심을 뻗을 이유가 없었다. 서울 안에는 우리나라라고 인식되는 모든 것이 있었다. 집과 학교, 학원과 대학교, 놀거리와 교통편, 그 모든 것들이.
사는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대 중반, 어느 광역시 단위의 지역 방송사로 취업하고 난 뒤였다. 막연히 방송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전국 어디든 시험을 보러 다니던 때였다. 아버지 고향에 있는 방송사에 합격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연고가 없었다.
그런데 거기선 무슨 콘텐츠를 기획하든지 '지역성'이 화두였다. 인터넷이 다 되는 세상, 중앙정부 소식은 이미 서울 방송사가 다 생산하고 있다. 또 반나절이면 서울 가서 점심도 먹고 오고 OTT로 전 세계 콘텐츠를 다 소비하는 세상인데 왜 굳이 이 작은 지역의 소식을 알아야 하는가? 스스로가 그 답을 내릴 수 있어야만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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