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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보라카이에 다녀왔다-2/3

벌써부터 겨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by 미지의 세계

# 바다 속을 거닐다 – 씨 워크


보라카이 하면 화이트비치를 빼놓을 수 없다. 각종 액티비티가 진행될 뿐 아니라 저녁엔 근사한 식당들이 불을 밝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노을 역시 이 곳에서 볼 수 있다.


보라카이 하면 떠오르는 노을. 화이트비치에서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노을을 마음 놓고 볼 수 있다.



저녁만 되면 화이트비치는 각종 조명이 내걸리면서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음식점마다 음악 분위기가 다른 것도 매력 포인트.


낮에 보는 화이트 비치에는 큰 천막이 열 개 가량이 들어서 있는데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서 예약을 해야 한다. 아, 이 천막들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정보 글이니 이 여행기 뒤로 빼 놓겠다. 혹시 보라카이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이따 참고하시길.


아무튼 수많은 천막 중 하나에 들어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써져있는 것 같은 문서에 떨리는 손으로 이름 석 자를 적어 넣었다. 왜 이런 문서만 보면 이렇게 심장이 떨리는 건지... 누군가가 옆에 서서 ‘문서는 이렇게 써 있지만, 사실 별 일 없을 거에요’ 한 마디 해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서명을 마치니 직원이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작은 배에 안내했다. 씨워크를 하러 갈 시간이었다.



씨워크는 잠수 헬멧을 쓰고 바다까지 직접 내려가 20여분간 물고기와 즐겁게 노니는 체험이다. 먹이도 주고,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잠수 헬멧으로 공기가 들어오고, 친절한 직원들과 함께이니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도 전혀 걱정할 것은 없는 체험인데.... 사다리로 바다에 내려갈 때 덜컥 겁이 나면서 숨이 막혀왔다. ‘만약 이거 잘못 되면 어떻게 하지.. 나 수영 못하는데....’ 이런 생각이 나를 집어 삼킨 것이다. 체험에 앞서 주의를 주던 필리핀 직원들의 말도 생각났다. ‘헬멧을 기울이지 마세요. 물이 들어올 수 있어요’ 왜 그런 말이 생각나면 꼭 내 발을 고개 숙여 보고 싶은 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멈칫하자, 나를 돕던 현지인들이 숨을 크게 쉬라며 다독였고 이내 나를 밑으로 천천히 바다 속 세계로 집어넣었다.



물 속이 익숙해져서 즐거워진 나. 옆에는 먹이를 다 먹고 유유히 떠나는 물고기님이 찍혀있다.



아, 바다 속은 이미 다양한 물고기들로 가득 했다. 사람들이 많이 와도 도망가거나 없어지지 않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는데, 아마도 20분마다 한번씩 사람들이 내려와 먹이를 주니 그런 것 같았다. ‘어이, 인간. 먹이 가져왔냐? 내놔 봐’ 뭐 이런 느낌이랄까. 수줍게 내놓은 식빵 조각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무늬가 예쁜 그 아이들은 볼일(?)을 마치자마자 쌩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프로페셔널 하군. 순간 여러 생각들이 떠오르려 했으나 애써 흔들어버리고는 자유로운 상태를 즐겼다. '아무렴 어떠냐. 물고기 너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다~' 우리는 함께 있던 필리핀 직원과 함께 물 공기 쏘기도 배우고 서로에게 공기방울을 날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가장 정적이면서도 짜릿한, 패러 세일링


하나만 액티비티를 하고 끝내기엔 보라카이의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우리는 즉흥적으로 다음 액티비티, 패러 세일링을 하기로 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늘에 떠있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 천막이나 찾아가 적당히 흥정을 했고 다시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떠 있는 페러 세일링은, 그 자체는 정적인 활동이지만 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주 짜릿한 체험이다. 마치 하늘 위에는 끝이 없다는 듯, 한없이 몸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발끝은 짜릿하고, 괜히 몸을 감싸고 있는 로프들을 꽈악 쥐게 되는 체험이었다. 슈퍼맨이 하늘에 뜨면 이런 느낌일까. 새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영화 속 영웅들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포스럽기도 또 아주 자유로운 기분이기도 했다. 페러 세일링의 경우 밑으로 내려올 때 체험을 주도하는 현지인에 따라 바다에 몇 번 쳐박히는(?) 경험이 추가되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하지는 않았다.


낙하산이 올라가는 중간 중간, 필리핀 직원이 사진을 찍어준다. 저게 뭐 높냐, 싶지만 아직 다 안 올라간 거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


액티비티를 마치고 호텔에 들러 몸을 씻은 뒤 숙소 근처 수산물 시장, 디달리빠빠에서 저녁을 먹었다. 보라카이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랍스타, 타이거 새우 이런 것들을 시켜 먹었는데... 날씨 탓인지, 북적대는 음식점 분위기 탓인지 음식들이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유리 문 너머로는 가게 아주머니와 흥정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돌아서는 관광객들이 보였다. 관광객들이 지나가자 주인 아주머니는 짧게 후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음식만들기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여기도 누군가에겐 치열한 삶의 터전이구나’ 뭐 이런 생각을 새삼 했다. 괜히 신경이 쓰여서 음식을 남김없이 먹고 잘 먹었다고 크게 인사한 뒤 시장을 빠져나왔다. 근처 마트에서 필리핀 맥주 산미구엘과 라면 등을 사와 숙소 수영장에서 밤 늦게까지 야간 수영을 했다.


일정의 셋째 날에는 섬 전체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호핑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화이트 비치에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때, 유의할 점


1. 화이트비치에서 진행되는 액티비티는 굳이 한국에서부터 미리 예약하지 않도 된다. 예약을 하지 않고 현장에서 구매할 경우 가격 흥정이 가능한데다, 특히 저녁시간 즈음이 되면 앞다투어 액티비티 세일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시간대에 따라, 또는 흥정 기술에 따라 가격표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해양 액티비티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길.


2. 화이트비치의 부스들은 매일 자리를 바꾸기 때문에 천막 자체의 자리를 기억해서는 의미가 없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정보인데 액티비티 도중 소지품을 잃어버리거나, 혹은 모습이 담긴 CD를 받을 일이 있을 경우 예약을 도와줬던 부스에 문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은 그 사실을 몰라 한참 땀을 흘려야 했다. 액티비티 하는 모습을 담은 CD를 받기 위해서 다음날 같은 자리로 갔는데, ‘그런 CD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을 때의 황당함이란. 진짜 헐이다. 결국 함께 갔었던 필리핀 현지인 직원의 도움을 받았고, 다음 날이나 되어서야 그 CD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해양레포츠를 예약할 때는 해당 부스의 이름과 담당자 이름을 정확히 묻고, 내일은 어느 자리로 이동하는지 등을 확실히 알아두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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