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언어가 나를 돌아보게 할 때
몇 주 전 일이다. 저녁 설거지를 대충 마무리하자 거실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렸다. 장난감들이 타각 타각 움직이는 사이로 두 개의 작은 목소리가 또렷했다.
"너 바보지."
"아니야! 나 바보 아니야!"
"너, 똥돼지잖아."
"아니야!!"
만 3세와 1세의 조그만 입에서 '바보'라니. 굳어버린 나와 달리 아이들은 말을 이어갔다. 한참 투닥거리다보니 서로 감정이 격해지는 모양이었다. 아니라고 방어만 하던 둘째가 갑자기 숨을 잠시 고르더니 한방 날렸다.
"너는, 울보잖아. 울보래요~"
아니야! 크게 소리치긴 했지만 엄청난 타격이었던지 첫째가 결국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모순적이지만 순간 마음이 놓였다. '바보'를 똥돼지, 울보 그런 것과 동급으로 여기는 아이들이라면 생각보다 순수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속세에 찌든 엄마의 입장일 뿐, 울보라고 놀림받은 아이는 정말 그 별명에 맞게 대성통곡 했다. 속으로는 웃음이 났지만 엄마라는 책임감으로 우는 아이를 달랬다. "아가야. 오빠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돼. '미안해' 해." 마지막으로 공격을 해놓고 뾰루퉁해 있는 둘째에게 짐짓 엄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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