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던 어느 날, 발표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너는 말을 잘하니, 나중에 아나운서 하면 좋겠다."
그때 내가 보는 TV 프로그램이란 주말에 하는 디즈니 만화동산뿐이었다. 그래서 진행자라는 개념은 아예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이 생소한 직업이 뭔가 좋은 맥락에서 나왔다는 건 알았다. 집으로 돌아가 엄마한테 물어봤다.
"엄마, 선생님이 나 아나운서 하면 좋겠대. 아나운서가 뭐야?"
첫 사회생활 5년을 카메라 앞에 서게 만든 힘은 바로 그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그날 이후로 뉴스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방과 후 수업으로 방송반에 들어갔고, 모든 장래희망란에 아나운서를 적어냈다. 꿈이 일관되니 어딜 가도 진행자의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러나 무대 앞에 서면 잔뜩 긴장돼서, 부모님을 불러 앉혀 놓고 가족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것도 쑥스러워서 직접 쓴 대본으로 자꾸 입을 가렸는데, 나중이 되니 콧잔등에 검은색 연필 가루가 잔뜩 묻어있었다. 연필로 눌러쓴 대본을 코와 입에 문지른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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