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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의 세계 Aug 13. 2018

괜찮아졌다.

2년 전, 처절하게(?) 차인 후기

 이것은 무려 2년 전 쓰기 시작한 글로,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내용이 덧붙여져 완성되었다. 사실 오랜만에 우연히 들춰보고 좀 놀랐다. 뭐지 이 지질함은. 얼굴이 살짝 달아올라서 잠깐 식히고 와야 할 정도였다.


 혹여 어제, 혹은 최근에 사랑했던 이와 인연을 끊어서 너무나 절망스러운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말해주고 싶다. 헤어질 때 너무 많이 울진 말라고. 어차피 한번 끊어진 인연은 돌이킬 수 없을 뿐더러 당신은 조만간 이런 위로도 필요 없이 아주 잘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전 전 연애가 끝나고 난 뒤 아주 잘 살아가다가 지난 연애를 시작했었다는 것도 기억이 날 것이다.


무슨 대단한 조언이 있는 글인 마냥 시작했지만

사실 이 글은 이별로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로 다가갔으면 하는 소소한 기록이다. 또 먼 훗날 이별 중일지 모를(?) 내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2016.4.


잠깐 헤어져도 죽고 못 살던 사람과 헤어졌다. 그는 '우리'가 헤어졌다,고 표현했지만 그건 그 사람 생각일 뿐 이었다. 언젠가부터 꼬여버린 우리 관계에 불만이 없던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풀어보고자 노력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뻔뻔하게도 술 한잔 얻어마시러 가야겠다고 했던 거였다.  언제가 좋냐고, 나는 이번주에 기어이 너와 술 한잔 기울여야겠으니까. 그냥 너랑 지금 이렇게 끝내기 싫어서, 그렇게라도 우리 사이의 어색함을 풀어야만 하겠으니까. 다 식어버린 마음의 끝을 간신히 잡고 있는 주제에.


뻔히 끝이 보이는 관계에 무딘 척 했던 벌은 꽤나 혹독했다.  그가 결국 하고 말았던 것이다. 헤어지자. 네가 옆에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그 말을 시작으로 우린 서로 상처를 좀 더 주고 받은 뒤 결국 전화를 끊었다. 글로 표현된 것보다 훨씬 감정적이고, 나쁜 대화였다. 결국 그렇게 그의 마음은 온전히 떠났고, 나는 그에게 완전히 차단되어 버렸다.  꽉 막혀버린 그의 등에 대고 나는 한없이 울었고, 옷깃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뭐.. 시간이 무섭다는 걸 실감한다. 한 달도 안 되었으면서 벌써 괜찮아져간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 미소, 칭찬... 아아 그가 처음 내 마음을 얻기 위해 했던 것들을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내게 보낸다. 잠시나마 마음이 좀 편해진다. 우리가 남이 된 이유, 적어도 내가 매력없는 이는 아니었다는 거.


하지만 생각은 다시 돌아온다. 매력있는 사람,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을거다. 그가 나쁜게 아니야. 결국은, 결국은 우리가 헤어진 건 내 탓일 수도 있노라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사랑이 사라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는 과정 중 그냥 잠깐 생경해지고 불편진 거라고 생각하려 한다.  우린 25년 이상을 다르게 살았고, 1년이란 시간만으로는 서로가 될 수 없었던 것을 인정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러나 나는 과연 정말 그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슬프다.




2018. 8.


 놀랍다. 정말 저 사람이 2년 전 나란 말이지. 당시의 나는 '괜찮아졌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전혀 안 괜찮아 보인다. 뭐, 그럴 수는 있겠지만은.


 미래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별 후 1년이 좀 지났을까. 그는 내게 문득 연락을 해 왔다. (자니?) 또한 내게 구구절절, 시간이 지나면 이불 뻥뻥 걷어찰 멘트들을 남겼다. 그가 길이 남을 흑역사를 창조해내는 동안 나는 평소처럼 일상을 마무리했고, 뭐라고 덧붙이기도 애매해서 한참 뒤에 답신을 했다.


 그냥, 더이상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그게 우리의 진짜 마지막 대화였다. 딱히 애틋하지도, 안타깝지도 않았다. 설령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해도 이제 그 관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었다. 정말 멀어지는 것 말고는 어찌 할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이별 직후가 힘들지 다면 거짓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지나 당시 글에도 적었던 '새로운 사람' 중 하나와 만났으며 지금까지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그 사람이 2년 전처럼 '칭찬'이나 '미소'를 많이 보내지 않는다는 건 과거에도 예상 못했던 새로운 문제인데.... 아무튼 지금은 잘 지내고 있으니 그러면 됐지않나 싶기도 하다. 요는, 이미 과거에 끝난 인연은 과거에만 머물 뿐이라는 사실이다. 애를 써도 그는 내 옆에 다시 올 수 없으며, 굳이 그가 채우지 않아도 문제가 없게 되었다.


 물론, 지금 잘 만나고 있는 사람과도 인연이 끝난다면 또 2년 전 처럼 눈물을 찔끔 찔끔 흘리면서 애써 '괜찮아졌어' 하고 글을 남길 수도 있을 거다. 음..... 사실..... 6개월이든 1년이든 서로의 소우주를 공유한 사이인데 다시는 못 본다는 그 선언이 괜찮을리가 없다. 다만 또 다시 이별을 맞닥뜨렸을 때, 지질했던 2년 전 나와 괜찮아진 나를 돌이키면 조금은 일찍 마음을 다잡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뿐이다. 그렇지 않을까?


 어차피 이별로 힘든 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다. 결국은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되는 때가 오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어찌 저찌해도 결국은, 괜찮아졌지 않나. 이 전에도, 또 이 전 전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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