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 아티스틱 수영, 그리고 미디어존
전 세계 수영인들의 축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광주에서 열리고 있다. 글을 쓰는 오늘(21)을 기준으로 절반이 지났고, 앞으로 일주일 가량이 남아있다. 사실 수영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인기있는 스포츠는 아니어서 이 전부터 흥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걸로 안다. 실제로 경기장을 가봐도 전체 관중에 40%가량만이 자리를지키고 있었다. 그마저도 일부는 파란 옷의 '광주시민서포터즈'들이고,나머지는 현장학습의 명목으로 온 학생들이었다. '전체 표의 80%가량이 팔려나갔다는데, 경기장은 비어있다', '(예약부도 하기 쉬운) 단체 표가 많기 때문'이라는 언론의 비판과 평가가 틀리지 않다. 물론 이번주는 그나마 인기가 있는 경영 종목이 있으니 좀 낫겠지만은.
그러나, 그렇다 하여 이제와서,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깎아내리고 싶은 건 아니다. 수영 종목의 매력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찰나의 예술 다이빙, 화려한 아티스틱수영, 물 속의 격투기 수구 등 ... 조금만 안다면 충분히 시간을 내서 즐기고 싶은 수영 종목들이 많다. 게다가 사상 처음 출전해 1골의 목표를 달성한 여자 수구대표팀, 깜짝 동메달을 목에 건 다이빙 김수지 등 의미있는 역사들이 쓰여지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물론 이 글에서 그 매력을 다 뽐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장에 다녀온 사람으로써, 경기장의 분위기를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수영대회 종목 중 가장 먼저 직관한 경기는 '수구'다. 대회 시작 전에 여자 수구대표팀 주장, 오희지 선수와인터뷰를 했던 게 계기가 됐다. 나보다 키가 훨씬 큰 선수여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오희지 선수는 참 어른스러웠고 밝았다. 팀이 결성된 이후 매일 새벽 4시부터 물 속에서 훈련을 했다고 했다. 대회 한 달 전 결성된 팀의 리더. 초조하고 불안하기도 했을텐데, 그래도 수구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해당 방송 링크를 첨부한다. )
오희지 선수의 밝은 기운에 힘 입어 나 역시 화이팅을 외쳤지만, 사실 첫 경기까지 직접 직관와서 응원하겠다는 말은 할 수없었다. 주말 아침부터 일어나서 여자 수구팀의 경기가 열리는 남부대학교에 오겠다는 건 내게도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구는 워낙 격렬한 스포츠라서 특히 여자 수구는 지연 중계나 중계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직관 말고는, 경기를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행히 당일 아침에는 수구 팀의 경기를 보러갈 수 있는 시간에 눈이 떠졌다. 왠지 그녀들의 첫 경기를 보는 건 나의 의무이자 운명인 것 같았다.
그녀들의 경기는 지든, 이기든 뉴스였기 때문에- 첫 경기 결과는 아마 다들 아실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첫 날 여자수구대표팀은 세계 강호, 헝가리를 상대로 0대 64의 점수를 기록했다. (나중에는 헝가리 선수가 웃으면서 골을 넣는 모습도 몇 번 봤는데, 뭐랄까... 수구 경기에서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선수는 처음 봤던 같다.) 그냥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 수 있는 엄청난 실력차. 그리고 점수 차였다. 하지만 믹스드 존에 들어온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유튜브에서나 보던 선수들을 봐서 신기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한 것 같다고. 인터뷰가 끝나고 한 기자가 말했다. "그래도, 밝아서 좋네요. 기 죽어있을까봐 걱정했는데..."
밝은 기운 덕분일까. 1승이 아니라 1골이 목표였던 여자 수구팀은 목표를 초과달성하고 이제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그토록 원하던 1골을 넣었고, 캐나다와의 3차전에선 2골을, 남아공과의 순위결정전에서는 3번 골문을 흔들었다. 참고로 여자수구팀 진만근 코치의 컬러링은 영화 국가대표ost, Butterfly다. 내일(22) 오전 8시에 열릴 쿠바와의 15,16위전- 그녀들 답게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다음은 아티스틱 수영 팀 프리 경기를 보러 염주체육관으로 향했다. 아티스틱 수영은 몇 년 전까지만해도 '싱크로나이즈드'로 불리던 종목이다. 그런데 2017년부터 국제수영연맹에서 예술성을 가미한 '아티스틱 수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확실히 그냥 '아름답다'는 말은 아티스틱수영의 매력을 다 표현할 수 없는 것 같다. 다른 수영종목에서는 볼 수 없는 선수들의 화려한 의상과 화장, 고난이도의 아크로바틱까지 약 4분 내외의 수중 쇼가 프로페셔널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두가지 감상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양 옆에 있는 심판들에게 선수들이 어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심판과 가까이 있으니아크로바틱 같은 기술은 어렵겠지만, 표정이랄지 동작 같은 것에서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또 하나는 스스로가 심판이 되어 나름대로 평가를 내려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기술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특히 팀 종목이라면 누가 틀렸는지, 어디서 실수가 났는지 보인다. 실제 점수와 본인의 점수를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미 오늘(21)을 기준으로 모든 경기가 끝났지만,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만한 종목이다.
물론 이 날도 한국선수들의 팀 프리 경기를 보러 간 것이었지만, 이 글에서는 미디어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미디어존에 앉아 경기를 보다보면, 내 앞에 앉은 기자가 어느 나라에서 온 기자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본인의 조국 팀이 나오면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기 때문이다. 내 앞에 앉아있던 어느 프랑스 기자는 조국의 팀이 나올 때부터 들어갈 때까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손을 흔드는 바람에 내 시야를 가렸는데- 불쾌하다기 보다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기자 뿐 아니라 미국에서 온 한 카메라 기자는 역시 미국 팀이 시작 데크에 오를 때부터 내려갈 때까지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고, 손을 흔들었다. 오, 저렇게 하는 거구나. 나도 한국팀 나오면 저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 왠지 쑥스러워 그만뒀다. 나 말고도 수많은 관중들이 홈 경기 답게 그녀들을 응원했으니 다행이다.
아티스틱 수영장에서는 적은 인원의 응원단과 함께하는 국가도 있었고, 그마저도 없는 국가도 있었다. 응원단이 없는 국가는 침묵에 가까운 환경 속에서 연기했고, 우리나라처럼 응원하는 이가 많았던 국가는 엄청난 환호 속에서 자신의 연기를 펼쳐보였다. 관중의 환호에 따라 경기 내용도 좀 달라보였다면 그건 나만의 착각일까. 물론 절대 강호로 꼽히는 러시아, 중국 등은 관중과 상관없이 엄청난 경기를 보여줬지만 ... 침묵과 환호 사이, 그동안 치열하게 준비해온 내용을 풀어내는 선수들의 모습은, 설령 그녀들이 방긋 웃고있었다고 해도, 가슴 찡한 모습이었다.
22일, 수영대회 2주차 부터는 경영, 하이다이빙 등 이전보다 좀 더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수영 종목들이 진행된다. 쑨양 등 스타 선수들의 출전도 예고되어있고, 메달이 기대되는 우리나라 선수들도 대거 출전한다. 하이다이빙은 엄청 익숙한 종목은 아니지만, 기대를 가질 만 하다. 세계 각 국의 선수들이 아파트 10층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낙하하며 화려한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수구 때도 그랬듯이, 야외에서 펼쳐지는 경기는 바깥의 기온을 그대로 느끼며 경기를 관람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실내에서 펼쳐지는 경영도 사정은 비슷한데, 선수들이 감기에 걸릴 것을 우려해 에어컨도 약하게 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모자와 손 선풍기를 지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리 경기가 재미있어도, 더운 건 더운 거니까...
또 경기를 보러 온다면 자차보다는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하는게 좋다. 경기장마다 마련된 주차장이 너무 미흡하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도 경영 예선을 보러 남부대까지 갔지만, 주차 문제 때문에 한참을 떠돌다 그냥 포기했다..) 안내해주는 분의 말을 따라 가다보면 막다른 곳에 도착하거나, 그 역시 만차가 되어있다며 알아서 주차하라는 식의 안내를 만날 수도 있다. 꼭 안내해주는 분들의 잘못 만은 아니고 소통의 문제, 시스템의 문제인 것 같다. 앞으로 남은 대회 기간에는 주차장&안내 문제가 좀 더 개선되길 바란다.
**오희지 대한민국 여자수구 대표팀 주장 인터뷰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