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녀온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2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남긴 것

by 미지의 세계

#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주차, (피) 땀 눈물의 하이다이빙 관람


하이다이빙을 직관 한 건 지난 22일이었다. 그 날은 지붕이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웠다. 자연스럽게 내 발걸음은 지붕이 있는 관람석을 향했다. 반대편에 있는 일반 관람석은 땡볕아래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면 안되지만, 미디어권을 가지고 있으니 혹시나 그늘 아래서 경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기대가 있었다.


일부 기자들이나 선수들, 코치진 등은 지붕 아래 의자에 앉기도 했던 모양이지만 내가 갔을 때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입구를 지키던 운영요원들이 내 목걸이로는 이 구역에 들어올 수 없다고 확인해줬다. 원칙은 그런데, 까맣고 작은 애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니 짠해보였던 모양이다. 나(같은 일개 리포터도) 지붕있는 곳에 앉을 수 있는지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뭐, 이왕 이렇게 된거 저 찜통 속에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일반 관람객들이 앉는 자린데 실제로는 어떨지 궁금해진 것이다. 이 몹쓸 놈의 호기심! 결국 나는 미지근한 물통 하나를 들고, 모자나 햇빛 가릴 것도 없이 일반 관람석에서 하이다이빙 예선전을 봤다. .....



너무 더웠던 하이다이빙 경기장... 그것과 별개로 아파트 10층 이상의 높이에서 3초만에 떨어지며 곡예를 펼치는 선수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10분 쯤 있다가 경기장 밖을 나왔다. 머릿 속에서는 왜인지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이 들렸다. 햇빛은 너무 강하고 따가웠으며, 의자는 계란후라이를 올려두면 그대로 요리가 될 것 같았다. 종이 모자를 나눠주던 운영위원들께 3~4장의 종이 모자를 더 받았지만 더위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장에선 잠시 앉아있다가 못 앉겠다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단체로 관람을 와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학생들만이 "너무 뜨겁다"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지자 조직위에서는 그늘이 될 만한 모자, 부채를 나눠주거나 물을 나눠주는 등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그런 대책으로도 감당이 안되는 무더위였고, 결국 대회 끝까지 '찜통경기'는 계속 이어졌다. 하이다이빙 경기가 3일밖에 안 되었기에 망정이지 좀 더 오래 이어졌다면 더위에 쓰러졌거나 다친 사람들도 생겼을 것이다.

낙하 풀장에서는 잠수 요원들이 물보라를 일으켜 낙하 지점을 알려주고, 선수들의 안전을 확인한다.


# 주차장 등 기본 편의시설에 대한 안내 부족

아쉽게도 이번 수영대회 때 경영 종목은 구경 한 번을 못 갔다. 실은 지난 주말에 한국 수영의 기대주, 임서영 선수 경기를 보기 위해 남부대 주 경기장까지 갔었다. 그런데 원래 주차장으로 배정돼있었던 전자공업고등학교가 만석이었다.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근처 첨단고등학교로 차를 돌렸는데, 그곳은 교문도 열려있지 않았다. 양 옆에는 차가 늘어서있고, 앞은 막혀있고, 비는 오고... 그나마 맨 앞에 있던 운전자가 뒷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일일히 안내를 한 덕분에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앞은 막혀있습니다! 후진해서 나가세요!")


좁은 길을 후진으로 겨우 빠져나가니 경기가 예정된 시간이 넘어 있었다. 이 전에 수구를 관람하러 왔을 땐 이 정도로 차가 막히거나, 주차 안내가 엉망이지는 않았는데 경영 자체가 워낙 인기있는 종목이다보니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려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 안내원의 여력이 안된다면 주차장 안내 정보라도 많았으면 좋으련만, 안내 정보가 부족해 더 큰 혼란이 있었다.

양 옆에는 주차가 되어있는 일방통행 도로.. 앞 차 운전자가 돌아다니면서 후진해야 된다고 알려줘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티스틱수영이 있었던 염주체육관은 롯데마트 주차장을 관람객 주차장으로 안내했는데, 주차장이 경기장과 너무 멀고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역시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이다이빙 경기가 있었던 조선대학교도 마찬가지. 무료로 댈 수 있는 관람객 주차장으로 근처 초등학교를 배정했는데, 역시 관람객 입구와 너무 멀어서 차라리 유료더라도 학교 안에 대고 관람한 사람들이 있었다.

애초에 광주시가 수영대회를 '친환경 대회'로 치뤄내겠다고 말 한 바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뜻에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내가 겪은 불편함에 대해 최대한 좋게 해석해보자면 그렇다. 하지만 경영 경기가 열리는 남부대학교는 광주 시내에서도 아주 멀리 떨어져있어서 버스로 오기가 힘든 데다가, 이미 자차를 통해 구경온 관람객들에게 굳이 불편함을 끼쳐야 할 이유가 있었나 싶다.



# 17일간의 여정 끝, 남긴 것들에 대해


1) 선수들이 남긴 감동과 눈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남았다. 우선 여자 수구팀. 비록 경기 후 바로 해체됐지만, 한국의 첫 여자수구팀이었다. 1골이 목표라던 그녀들은 이번 대회에서 총 6골을 넣었다. 첫 골은 16일,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경다슬 선수가 넣었고 20일 남아공과의 대결에선 총 3번, 골문을 흔들었다. 마지막까지 북한 선수의 참가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결성된 팀이었지만 최선을 다하고 눈물을 흘리는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지만 남자 수구대표팀도 목표였던 1승을 이뤘다.


한국 신기록이 쏟아진 대회이기도 했다. 남자 다이빙과 여자 400m 계영, 자유형 50m와 남자 계영 800m, 그리고 혼선 계영 400m에서 한국 스포츠계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 한국 신기록을 세운 선수들 중에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도, 그렇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한국 수영의 가능성을 새로 보여줬다.


이 외에도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겨준 '꼴지의 반란' 다이빙 김수지 선수,

어른들과 대등한 열정으로 겨룬 '중학생' 경영 김민섭 선수의 이야기가 있었고


'도핑 검사 방해 논란' 쑨양을 보이콧 한 선수들의 이야기,

3시간동안 배를 끌고 수영해 자국민을 살려냈다던 난민 출신의 어느 수영선수 이야기,

원래 직업은 변호사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수영을 알리고 싶다며 출전한 선수 이야기 등이 남았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감동과 눈물이 함께 한 17일이었다.


2) 관람객 떠나가게 만든, 미숙하고 허술한 대회 운영

물론 좋은 이야기만 남은 건 아니었다. 주차장 등 기본 편의 시설에 대한 안내 부족과 정보 부족은 대회 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불만을 낳았다. A석과 S석은 구분되지 않았고, 대회장은 전체적으로 너무 더워 경기 관람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수영연맹이나 조직위원회 차원의 미숙한 운영이 부끄러웠던 순간도 있다. 우선 배영 출발대가 떨어지고 미끄러져, 특정 선수가 몇 번이고 혼자 대회를 다시 치뤄야만 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선수들이 문제 제기를 했다는데 왜 고쳐지지 않았는지, 전 세계인이 다 보는 경기를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는지 민망하다. 또 수영연맹의 실수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테이프를 붙인 채, 또는 수영모에 매직으로 KOR을 쓰고 출전한 사실도 있다. 정말, 부끄러웠다. 대회가 끝나갈 무렵인 요즈음, 이번 수영대회가 '저비용, 고효율' 대회였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렇게 허술한 시설들과 관리를 보고 있자면 오히려 절약한 것이 궁색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 수영축제는 끝났다. 이제는 잠시 숨고르기를 한 뒤, 수영 동호회원들의 축제, 마스터즈대회가 열릴 것이다. 앞선 세계 대회에서 감동은 선수들이, 부끄러움은 운영하는 측이 선사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마스터즈 대회까지 다 치르고 났을 때 광주광역시나 한국에 무엇이 남고, 무엇이 떠나갈지 염두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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