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조금 거리가 있어도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이동했는데, 비 오는 날 그날따라 퇴근길에 버스를 타고 싶었다. 이상하기도 하지. 타야 하는 버스가 곧 도착으로 안내되고 있기도 했고 비 오는 거리를 오래 걷기도 괜히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버스는 곧 도착이었으나 10분이 넘도록 오지 않았고 가까스로 몸을 실은 버스는 기다린 이들이 몰린 탓에 각자의 젖은 우산과 몸에 인상파들이 가득했다.
그래도 버스를 탄 안도감에 습관처럼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차가 낯선 정류장에 멈추고 기사님의 목소리가 음악 너머로 들리는 듯하더니 주유소로 달려가는 기사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승객들의 짜증 섞인 탄식도 들렸다.
‘와 오늘 정말 가지가지하네 날이 안 좋구나’ 싶다가 순간 기사님을 향해 짜증 내던 속마음에 너무나 놀라고 무서웠다. 얼마나 급하고 힘들었을까 비 오는 길 내내 운전하느라 시간 못 지키고 있어 오늘 가장 힘든 분은 그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조금 더 생각하자. 내 기분도.
더 나은 월요일을 위해.
안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