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득 Mar 23. 2023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은 완벽하다.




 나는 항상 부족했다. 사랑도, 외모도, 돈도, 관심도 아무리 채워 넣어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 같았다.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애꿎은 음식만 계속 밀어 넣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으며 밤만 되면 이유 모를 눈물로 밤을 새우곤 했다. 아무리 노력해서 달라져도 내 모습이 온전히 내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없었다. 그 정도로 나는 나를 혐오하고 싫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땐 이유를 알 수 없어 고통스러웠지만 지금의 나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단지 나는 나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나에게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그 사랑을 주지 않으니 사랑을 밖에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에게 사랑받으면 이 공허함이 채워지겠지'

'이성에게 관심받으면 괜찮아지겠지'

'부모님께 인정받으면 행복해지겠지'


 그러나 채워질 리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원했던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밖에서 아무리 사랑을 채워 넣으려 노력해도 나는 더욱 공허했고 더 많은 사랑을 갈구했으며 그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구차하고 비참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부족한 나를 혐오하는 나 역시 받아들였다.


'나는 외모가 부족해'

'나는 유능함이 부족해'

'부족한 내가 혐오스러워'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난 미움받는 존재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내면에서 떠오르는 모든 마음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납작 엎드려 감정이 때리면 때리는 대로 피하지 않고 맞으며 아픈 나와 끝까지 함께 있었다. 수면 위로 올라온 마음들을 끌어안고 해소하니 더 안에 숨어있었던 진짜 내 마음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 너무 사랑받고 싶어'

'못생겨도 사랑받고 싶어'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나 자체로 인정받고 싶어'

'힘을 쭉 빼고 살아도 괜찮았으면 좋겠어'

'나한테 예쁨 받고 싶어'

'내가 나를 좀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


그렇다. 나는 어떤 모습이어도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받아들여줄 '나'라는 존재를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존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던 것이다. 그제야 지금까지의 내 모습들이 온전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사랑받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선물을 퍼주었던 모습, 미움받을까 두려워 벌벌 떨며 상대에게 맞춰주기 급급했던 모습, 부모님께 인정받기 위해 더 성공하려 쉬지 않고 애썼던 모습들까지 그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나에게 사랑받기 위해 발버둥 쳐왔던 순간들이었던 것이다.


그토록 애타게 내가 찾아 헤맸던 존재는 사실 멀리 있지 않았다. 항상 내 옆에 있었다. 사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미 나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때 그 순간도, 지금 이 순간도 모든 것은 완벽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혐오에서 빠져나오는 4가지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