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란 자기 증오와 같은 말로, 자기 자신을 극도로 증오하거나 싫어하며 자신 스스로를 향한 분노 내지는 선입견에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자기 자신이 속해있는 가족이나 계급, 고정관념에 대한 증오 역시 자기혐오라 칭하기도 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혐오를 적어도 한 번쯤 느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혹은 자기혐오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깊은 무의식 속에 꼭꼭 숨겨놓고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죠. 자기혐오는 그만큼 너무나도 쉽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랍니다. 자기혐오라는 감정은 한번 생겨나면 보통 아주 오랫동안 우리들의 마음속에 머무는데, 심지어 점점 크기를 키워가며 우울증이라는 병으로 진화해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기혐오는 사실 쉽게 빠질 수 있는 감정인만큼, 또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만 제대로 알고 행동하기만 하면 대부분 빠른 속도로 자기혐오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답니다.
저 역시 20대 때 심각한 자기혐오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예쁘지 않은 나’, 그러니깐 외모에 대한 자기혐오가 심각했었어요. 예뻐지기 위해 가학적인 수준의 다이어트를 자주 했고, 옷을 잘 입기 위해 밤새가며 패션잡지를 읽는 등 한마디로 외모에 집착했죠.
처음 만난 사람이 제 외모에 대해 칭찬해 주지 않으면 끊임없이 속으로 이런 질문을 했어요.
‘나 요즘 별론가?’
‘내가 예쁘지 않은가?’
이런 질문을 던진 날에는 집에 돌아와 밤새 거울을 보며 어떻게 하면 외모를 더 좋게 바꿀 수 있을지 예뻐질 궁리를 했어요. 주변에서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어도 행복감을 느낀 것이 아닌 계속 예쁘다는 말을 듣기 위해 훨씬 더 예뻐지고 싶다는 조급함을 느껴야 했죠. 함께 다니는 무리에서 저보다 더 예쁜 사람이 나타날까 봐 항상 긴장하며 살았으며, 그 어떤 모임을 가도 외모에 신경 쓰느라 한 번도 마음 편하게 놀다가 온 기억이 없었어요.
아무리 노력하고 달라져도, 외모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어도 제 눈에 저는 전혀 예뻐 보이지 않았어요. 제 스스로를 전혀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이었죠. 그렇게 저는 20대의 모든 순간을 자기혐오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보내야 했습니다.
자기혐오에 빠지면 삶에 대한 욕구는 사라지고, 삶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도 어느새 망각하게 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저 주변 사람에게 예쁨 받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인정욕구만 열심히 채우느라 애쓸 뿐이었죠. 한마디로 결핍된 인정욕구라는 밑 빠진 독을 채우느라 헛된 노력만 할 뿐이었어요. 문제는 인정에 목마르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그래야 하는 줄 알아서 나 자신이 힘들고 아프다는 것조차 모른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사실 이런 경우는 흔한 일입니다. SNS 중독도 마찬가지예요. 인정욕구의 결핍 때문에 SNS 중독에 빠지면,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카페, 여행지를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여기 다녀왔다 자랑할 수 있는 카페, 여행지를 다녀오게 됩니다. 내가 진정 원하고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 SNS에 올리기 위해 타의 반, 자의 반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타인을 의식해서 원하지 않는 소비, 원하지 않는 여행지 등으로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것이죠.
이런 행동 속에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기보다는 조급함과 불안한 마음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비슷한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저 역시도 그랬으니깐 말이죠.
자 그렇다면, 자기혐오의 굴레에서 빠져나오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자기혐오를 느끼게 만든 집착의 대상을 찾아서 그 원인을 찾고, 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준다면 누구든 자기혐오를 쉽게 극복할 수 있어요.
자기혐오에 빠진다는 말은 곧 어떤 것에 대해 집착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집착이 생겨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그중 대부분은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어요. 자기혐오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럼 자기혐오를 극복하는 방법을 아래와 같이 총 4단계로 세분화해서 알려드릴게요.
1. 자기혐오를 느끼게 만든 집착의 대상을 찾습니다.
현재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찾아 적어봅시다.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가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그럼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가장 원하는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그때 이루어지지 않은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죽을 것 같이 못 견디게 괴롭고 싫다면, 그것이 바로 집착의 대상입니다.
2. 집착의 원인이 된 감정상태를 찾습니다.
모든 집착에는 원인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나는 그것을 왜 그토록 원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그러면 답을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외모에 대한 집착이 있다면,
예쁘고 잘생겨야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을 듯싶어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
유능함에 대한 집착이 있다면
무능한 나는 사람들에게 버려질 것 같아서, 버려지기 싫은 마음
돈에 대한 집착이 있다면
돈이 없으면 사람들이 무시할 것 같아서, 무시당하기 싫은 마음
이렇게 내가 그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을 원하기 때문인지, 어떤 감정상태를 충족시키고자 집착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3. 집착의 원인이 된 감정상태에 대해 결핍을 느끼게 한 사건을 찾습니다.
집착의 원인이 된 감정상태를 찾았다면 결핍을 느끼게 한, 즉 그 감정상태를 원하도록 만든 시작점이 된 사건을 찾아야 합니다. 꼭 시작점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일련의 인생의 사건 중 그 감정을 원하게 된 그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순간이 있었을 거예요.
- 못난 외모로 타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든 사건
- 무능해서 인정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기분을 느끼게 만든 사건
- 돈이 없어서 무시당하고 비참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 사건
이처럼 머릿속에 떠올리다 보면 한 가지 사건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순간이 단편적이지만 우수수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입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인간의 무의식이란 대부분 어린 시절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린 시절 겪었던 아주 사소한 사건일수록 더 좋습니다. 머릿속에 그 사건들이 떠오른다면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당시 상처받고 아팠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가만히 함께 있어 주세요. 그러면서 그 당시 아픔을 고스란히 함께 느껴주는 거예요.
4.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줍시다.
3번까지 잘 거쳐왔다면 자연스럽게 네 번째 단계로 넘어올 수 있게 됩니다.
‘아, 내가 외모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네? 이런 아픔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내가 외모에 대해 유독 예민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이런 일을 겪어왔으니 내가 무능함을 죽기보다 싫어한 건 너무 당연한 것이었겠구나.’
‘돈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비참한 순간을 경험했으니 돈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이렇게 지금까지 내가 왜 그토록 집착하고 힘들어하며 때로는 발악까지 하며 살아왔는지 자연스럽게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아픔에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죠.
이처럼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사랑’과 연결됩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못났는지 잘났는지를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온전히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죠. 집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다면,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부터 자기혐오는 끝이나고 자기 사랑을 맞이하게 되죠.
자기혐오에 빠져 힘들어하고 계신 독자분들이 있다면, 제가 알려드린 이 방법으로 자기혐오를 극복하고자 노력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느새 자기혐오의 끝에서 충만한 자기 사랑을 느끼고 있게 되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