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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05. 2020

가족

매일 글쓰기 D-5 with conceptzine

엄마가 퇴직하고 시골로 내려와 산지 일 년이 좀 넘었다. 회사 다니느라 매일이 바쁘고 힘들던 엄마는 이제 좀  한적한 시골 생활을 하겠지 생각했는데, 지금껏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시골에서도 매일 바빴다. 문화센터 다니랴, 텃밭 가꾸랴, 집안 치우랴.


그러던 엄마가 조금 편안해 보이기 시작할 때쯤부터 우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바쁘던 일상을 조금씩 정리하고 그 틈에 우리를 끼운 건지 정말 시간 날 때마다 부르는 것 같았다.


엄마의 지인들 사이에 자녀들과의 일들이 자랑거리가 되는 걸까? 하긴 그런 걸로 뒤치다꺼리가 장난 아닌 일을 일부러 만들진 않겠지. 그만큼, 우리 엄마 나이가 든 거겠지? 마냥 자식들이 보고 싶은.


덕분에 3남매인 우리는 자주 시골로 모여들었다. 여동생이야 서로 절친처럼 지내는 터라 매일 보지만, 남동생의 안부를 자주 물을 수 있어서 나는 좋았다.



오늘도 우리는 엄마 집에 모였다. 내일이 제부 생일인데 몇 주 전부터 계속 오라는 엄마 말에 모두 군말 없이 모인 것. 엄마는 뭐가 좋은지 내내 싱글벙글했다. 미리 해놓으신 잡채도 너무 맛있어 도착하자마자 한 그릇을 뚝딱했다. 엄마는 여유와 사랑 맛이라고 했다. 여유. 엄마한테서 오랜만에 듣는 단어였다. 그런 엄마가 좋아 보였다.


가족이 있어서 참 좋다.

그 중심에 여유 있는 엄마가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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